지미 리(Jimmy Lee) 대표(53)는 지난해 매출 5100만불(한화 550억원)을 기록한 미국 리퍼비시(refurbished) 컴퓨터시장 1위 조이시스템(Joy Systems)의 CEO다.
조이시스템은 리스가 끝난 PC 및 노트북을 손질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정품 SW(소프트웨어)를 재설치해 월마트, 타이거다이렉트, 베스트바이 등 14여개 대형 유통체인을 통해 판매하는 韓商기업으로 미국 뉴저지주 서머셋(Somerset)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가 사람들로부터 고물상에서 출발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바로 리퍼비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중고 컴퓨터를 수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그를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실제로 그는 IBM과 거래할 때 사용하는 로그인 ID에서조차 고물(junk)라는 글자를 쓰고 있을 정도다.
“처음 미국에 와서 구한 직업은 월급 1000불(한화 110만원)도 안되는 컴퓨터 세일즈맨이었습니다. 자동차가 없어서 누가 태워주지 않으면 꼼짝도 못했죠.”
지미 리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80학번)를 졸업한 뒤 30대 초반 MBA 유학을 목적으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당시 세 식구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비싼 MBA 학비를 감당하기엔 도저히 형편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구한 첫 직장이 컴퓨터 세일즈였다. 그러나 그 당시 그가 아는 컴퓨터 지식이라곤 컴퓨터 관련 잡지에서 읽은 게 전부였다. 게다가 영어도 서투르고 인맥도 전혀 없는 낯선 미국 땅에서 세일즈를 한다는 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그는 컴퓨터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급기야 2001년 조이시스템을 창업, CRT 모니터 리퍼비싱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알게 된 유대인이 지분의 절반을 투자하며 파트너로서 참여했다. 그리고 2004년 리퍼비시 컴퓨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 10여년 만에 리퍼비시 컴퓨터시장 1위로 키웠다.
“유대인 파트너가 가진 자금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상술이 조이시스템이 가진 큰 강점입니다.”
지미 리 대표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유대인 파트너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일군 韓商기업 가운데 한인과 유대인이 서로 파트너로 함께 창업한 곳은 조이시스템이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그가 가진 한국인 특유의 온정 때문에 간혹 유대인 파트너와 의견이 틀릴 때도 있다고 털어 놓았다. 한 예로 지난해 회사 매출이 처음으로 5000만불을 초과하자 그는 유대인 파트너를 설득,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 100%를 추가 지급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인의 온정 때문에 비즈니스에서 맺고 끊음을 정확히 못할 때는 유대인 파트너가 옆에서 냉철하게 자신을 잡아준다며 유대인 파트너와의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보너스를 줬다고) 직원들을 당장 부자로 만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가난하다고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없을 땐 죽습니다.”
그가 보너스를 통해 직원들 마음에 심어 주고 싶은 건 희망이었다. 그건 자신이 미국에 건너와 컴퓨터 세일즈맨으로 출발해 업계 1위의 리퍼비시 컴퓨터 업체의 CEO로 성공하면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한편, 조이시스템은 내년도에 한국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달 13일 우리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그가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세운 또 다른 계획은 국내 유망 중소기업의 제품을 선정, 조이시스템이 확보한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그는 이 비즈니스가 성공한다면 국내 중소기업에게도 희망을 안겨다 줄 수 있을 것으로 한껏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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