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시장, 미니화가 추세인데 한국만 '역행'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14.04.02 07:41

[파생 규제 실익 없다]<4>

편집자주 | 한국 파생상품 시장에 개인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옵션 승수 인상, ELW 호가 제한 등 각종 규제들이 도입된 이후 국내 시장은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 사이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기타 국가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급격히 성장해 국내 파생상품 시장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로 인한 실익은 무엇이었는지,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가격 하락의 위험이 높은 시장보다 더 나쁜 시장이 유동성이 약한 시장입니다.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어려워도 망치기는 쉬운데 옵션 승수 인상은 진입장벽을 높여 시장 기능을 마비시킨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상경 한국파생상품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여러 규제와 제도로 파생상품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정부는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억지로 유동성을 낮췄지만 유동성이 약하면 가격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가능성도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012년 3월에 파생시장 건전화 방안 중 하나로 코스피200지수 옵션 1계약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했다. 승수를 높여 거래 단위를 크게 만들어 개인들의 진입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 옵션의 최소 거래단위(1틱) 가치는 기존 1000원(0.01p)~5000원(0.05p)에서 5000원(0.01p)~2만5000원(0.05p)으로 높아졌다. 옵션 1계약의 가격은 코스피200 지수선물에 승수를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선물 6월물의 1일 종가가 259.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옵션 1계약의 가격은 1억2992만5000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가 계속 올라가면 1계약을 거래하는데 드는 비용이 계속 올라간다"며 "지수의 우상향 추세를 감안할 때 옵션 거래승수 인상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상품을 폐지하는 경우는 있지만 진입장벽을 높이며 유동성을 낮추는 경우는 선진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승수 인상으로 헤지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승수가 높아지면 미세조정이 어려워 촘촘하고 다양한 헤지 전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의 거래소별 옵션 최소 거래단위를 살펴봐도 코스피200은 5000원(50만원*0.01)으로 미국 S&P500(1100원)이나 독일 유로스톡스50(1400원), 인도 선섹스(16원) 등에 비해 높다.

선물에서조차 승수를 낮춰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미니상품화가 일반적인 추세다. 이재호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S&P500 지수선물은 1997년 11월 승수를 500달러에서 250달러로 인하했고 영국의 FTSE100 지수 선물은 1998년에 거래 승수를 40파운드에서 10파운드로 인하했다"며 "승수 인하 이후 일반 고객들의 원활한 거래로 시장 거래량이 증가하고 스프레드(가격 차이)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상위 10위 이내 주가지수 파생상품은 미니상품 또는 소규모 거래단위의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미니선물의 성장률은 계약 단위가 5~10배 큰 기존 상품을 크게 초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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