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경 한국파생상품학회장(한양대 경영대 교수)은 "여러 규제와 제도로 파생상품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며 "정부는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억지로 유동성을 낮췄지만 유동성이 약하면 가격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가능성도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012년 3월에 파생시장 건전화 방안 중 하나로 코스피200지수 옵션 1계약의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했다. 승수를 높여 거래 단위를 크게 만들어 개인들의 진입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지수 옵션의 최소 거래단위(1틱) 가치는 기존 1000원(0.01p)~5000원(0.05p)에서 5000원(0.01p)~2만5000원(0.05p)으로 높아졌다. 옵션 1계약의 가격은 코스피200 지수선물에 승수를 곱한 값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지수선물 6월물의 1일 종가가 259.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옵션 1계약의 가격은 1억2992만5000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수가 계속 올라가면 1계약을 거래하는데 드는 비용이 계속 올라간다"며 "지수의 우상향 추세를 감안할 때 옵션 거래승수 인상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거래가 잘 되지 않아 상품을 폐지하는 경우는 있지만 진입장벽을 높이며 유동성을 낮추는 경우는 선진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승수 인상으로 헤지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래승수가 높아지면 미세조정이 어려워 촘촘하고 다양한 헤지 전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주요 국가의 거래소별 옵션 최소 거래단위를 살펴봐도 코스피200은 5000원(50만원*0.01)으로 미국 S&P500(1100원)이나 독일 유로스톡스50(1400원), 인도 선섹스(16원) 등에 비해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량 상위 10위 이내 주가지수 파생상품은 미니상품 또는 소규모 거래단위의 상품이 대부분"이라며 "미니선물의 성장률은 계약 단위가 5~10배 큰 기존 상품을 크게 초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