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보증 안해줘 8000만弗 해외공사 날린 중소업체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4.04.03 06:50

[건설산업 '손톱 밑 가시' 뽑자]<5>해외건설서 배제된 중소건설기업

편집자주 | 박근혜정부가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투자와 고용창출을 막는 각종 규제를 개선 또는 철폐해 경기활성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또다시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에도 ‘전봇대 뽑기’라며 강력한 규제완화를 추진했지만 건설·부동산 관련 규제는 오히려 65% 급증해서다. 그러는 동안 건설산업은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 건설산업 재도약을 위해 꼭 뽑아야 할 ‘손톱 밑 가시’들을 연재한다.


- 해외가 '살길'이라면서 중소건설업체 현실은 '냉혹'
- 지난해 중소업체 수주액 36억弗 2008년 절반 수준
- 낮은 신용도·자금부족 보증·보험기관서도 꺼려
- 금융기관 지원·수출입銀 차관한도 상향 등 필요


 #중소건설업체 A사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8000만달러(약 850억원) 규모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발주처에 제출해야 할 AP본드(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받지 못해 계약을 날렸다.

 계약금의 10%인 800만달러를 선수금으로 받아 공사를 착공해야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이 건설업체의 낮은 신용도만 보고 보증 발급을 꺼려서다. 보증을 받을 만한 중견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계약관계가 복잡해 무산됐다.

 이처럼 중소건설기업들이 해외수주에 필요한 보증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가 침체기에 빠진 건설산업의 돌파구로 중소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선언했지만 다급한 업체들과 달리 지원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해외수주가 '살길'이라면서 중소기업 수주는 갈수록 '감소'

 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36억달러로, 2012년에 비해 2억달러 늘었다. 하지만 2008년 72억달러로 최대점을 찍은 후 △2009년 55억달러 △2010년 47억달러 △2011년 48억달러 △2012년 34억달러 등 감소 추세다. 2013년 수주 규모는 2008년의 절반 수준이다.

 중소업체들의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비중도 △2008년 15.1%(총 476억달러) △2009년 11.2%(491억달러) △2010년 6.6%(716억달러) △2011년 8.1%(591억달러) △2012년 5.2%(649억달러) △2013년 5.5%(652억달러) 등으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전체 176억달러 중 중소건설기업 수주액은 10억달러로 5.7%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해외 발주처로부터 직접 공사를 수주하는 일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반면 대형건설업체의 하도급으로 수주하는 중소기업의 해외건설 금액은 계속 늘고 있다. 2009년 17억달러인 해외 하도급 수주액은 지난해 29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건설업체 중에도 해외역량이 뛰어난 업체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론 진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해외역량이 단시간에 생기긴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도 낮으니 보증 더 내놔라"…갈 곳 잃은 중소건설기업들

 중소건설업체는 낮은 신용도와 자금부족으로 공사계약에 필요한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 수주에 애로를 겪는다. 현지은행의 직보증이 거의 불가능해 '복보증'(이중보증) 형태로 보증서를 발급·제출함에 따라 보증수수료가 이중부담이다.

 대형건설업체는 이미 해외 현지은행으로부터 보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신용도가 높지만 중소업체들은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 건설공제조합의 신용을 담보로 은행권으로부터 재차 보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행성보증 발급 수수료율도 대기업은 1.0% 이하인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1.8~3.6%로 높다.

 보증·보험기관이 리스크 회피를 위해 보증서 발급시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AP본드의 경우 100% 담보를 요구하며 기타 보증도 10∼50% 담보를 요구한다. 이를 테면 2012년 삼부토건은 AP본드 발행을 위해 110%의 부보율(시중은행이 공제조합에게 요구하는 보증비율)을 요구받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해외보증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보증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며 "해외건설의 특수·중요성 등을 감안, 기업의 재무신용도가 아닌 해외사업 수행능력 등을 평가토록 보증심사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소액차관사업도 한도가 500만달러로 규정돼 있어 해외공사 규모를 감안할 때 건설업체가 활용하기에는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결국 교육·의료·IT(정보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활용돼 중소건설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소액차관사업에 건설산업이 실질적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차관한도를 2000만달러 이하로 상향하고 차관이자를 면제하는 등 중소건설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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