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베어베터 대표 "장애인은 단점만? 장점도 많아요∼"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4.03.31 07:00

발달장애인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소박한 목표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 / 제공=중소기업진흥공단

"빵과 커피, 인쇄, 제본의 공통점은?"

바로 자폐와 지적장애 등 발달장애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 장애인 고용을 미션으로 하는 '베어베터'가 주력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복사, 출력, 제본, 원두커피 로스팅, 제과, 제빵 등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는 자폐인 아들을 둔 전직 정보기술(IT) 대기업 직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년 전 설립된 회사다.

30일 서울 성수동 베어베터 본사에서 만난 이진희 대표는 "NHN 인사부문 등에서 근무할 때부터 늘 발달장애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사회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이러한 생각이 당시 상사(인사부문장)이면서 사업적인 재능을 사회적기업에 기여하고 싶었던 김정호 대표와 뜻이 맞아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어베터는 NHN 창업 공신 가운데 한명인 김정호 대표가 100% 지분을 투자하고 이진희 대표가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하면서 2012년 5월 설립됐다. 김 대표는 영업과 함께 회사가 나갈 중장기적인 방향을 잡고, 이 대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 내실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진희 대표는 창업하게 된 이유를 묻자 "장애인들도 장점이 많고 사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역시 둘째 아이가 3살 때 자폐성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대표는 한때 5년 이상 사회생활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한 결과, 둘째 아이가 올해 대학에 입학, 디자인 학도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는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은 약속을 잘 지키며, 익숙하고 반복적인 일을 즐기면서 한다"며 "복사기에 종이를 채우고 와이어를 끼워 책을 만드는 일, 커피를 볶는 일, 쿠키를 굽고 포장하는 일 등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칙에 집착해서 지하철 노선도 등에 정통하다는 것도 단점이자 장점"이라며 "때문에 직원 8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하철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어베터가 생산하는 '베터쿠키'는 지난해부터 커피빈 등 국내 유수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카카오, IBM, 이베이, 한국후지제록스 등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는 장애인 연계고용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대표는 경영자로서의 포부를 묻자 "직원들이 정년(만 55세)으로 퇴직할 때까지 지속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그는 "베어베터가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영역은 지하철이 연결된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며 "회사를 키워 전국 시·도로 사업을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 이전에 정부와 기업 등 뜻을 함께 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보다 먼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더 성장할 기회가 생긴다면, 발달장애인보다 더한 장애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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