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타코벨을 더 좋아한다고?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4.03.31 07:11

[김신회의 터닝포인트]<35>'타코헬' 놀림 타코벨, 아침밥 전쟁서 맥도날드 '주적'으로 부상

편집자주 | 세계적인 기업들이 겪은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라고 해도 좋겠네요. 위기를 황금 같은 기회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글로벌 기업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에서 때 아닌 '아침밥' 전쟁에 불이 붙었다. 멕시코 음식 전문 패스트푸드업체인 타코벨이 미국 아침밥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심기를 건드린 게 발단이 됐다.

타코벨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광고는 나이와 인종, 거주지가 다른 25명의 남자가 등장해 타코벨의 새 아침 메뉴인 '와플 타코'를 한 입 베어 물고 맛있다고 말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광고에 등장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로날드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다. '로날드 맥도날드'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1963년부터 마스코트로 쓴 어릿광대의 이름이다. 타코벨 광고의 주요 대사는 "저는 로날드 맥도날드입니다. 타코벨의 새 아침 메뉴가 맘에 드는 군요"(I’m Ronald McDonald and I love Taco Bell’s new breakfast)다.

소셜미디어에서 타코벨의 광고가 화제가 되자 맥도날드는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우선 28일에는 자사 트위터 계정에 "'맥치즈' 시장(市長)이 로날드가 여전히 맥도날드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긴급뉴스'를 타전했다. '맥치즈'는 '햄버글라' 등과 함께 어릿광대 로날드가 살고 있는 판타지 세계 '맥도날드랜드'의 일원이다.

이튿날에는 공짜 커피 카드를 꺼내들었다. 31일부터 2주간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부 매장에 한해 아침식사 시간에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국적인 공짜 커피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맥도날드는 이어 트위터로 타코벨에 역공을 취했다. 29일 밤 맥도날드 트위터 계정에는 어릿광대 로날드가 치와와를 쓰다듬는 사진이 올라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로 유명한 치와와는 멕시코가 원산지다. 사진에는 '모방은 가장 진심어린 아첨이다'(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라는 글이 따라 붙었다.

맥도날드가 발끈한 것은 아침밥 시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에그 맥머핀' 메뉴를 내세워 미국 패스트푸드업계의 아침밥 시장 31%를 장악했다. 미국 전체 매출의 20%가 아침 메뉴에서 나온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의 해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사이 업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타코벨은 자사 메뉴의 신선도와 낮은 칼로리를 강조하며 맥도날드를 압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미국 패스트푸드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싸움의 승패보다 맥도날드를 상대로 도전장을 던진 타코벨의 부상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품질 낮은 싸구려 음식의 대명사로 한때 '타코헬'(hell·지옥)이라고 불렸던 타코벨이 업계 최강자를 도발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침밥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크리스 브랜트 타코벨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29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회견에서 2가지 변화로 타코벨의 브랜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나는 제품 혁신이다. 타코벨은 요 몇 년 동안 대대적으로 메뉴를 손봤다. 2012년 출시한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첫 해에만 10억개 넘게 팔렸다. 수요에 대응하느라 1만5000명을 더 고용해야 했을 정도다. 타코벨은 특히 스페인어로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스카'(fresca) 메뉴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내놓은 아침 메뉴 14가지도 재료의 신선도를 강조했다. 브랜트는 "품질 개선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소비 경향에 민첩하게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 타코벨은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소비자 가운데 판에 박힌 식사시간대와는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고객들의 선택지를 늘렸다. 그 결과 타코벨은 아무 때나 편하게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늦은 밤에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일례로 매일 오후 2-5시에 주문할 수 있는 '해피어 아워'(Happier Hour) 메뉴는 단돈 1달러로 음료수나 브리토 등을 고를 수 있다. 브랜트는 새 아침식사 메뉴 역시 사람들의 새로운 일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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