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신촌 통학버스' 20세男 "버스회사에 당장 줄 돈이…"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동우 기자 | 2014.03.26 06:01
'눈뜨면 도착' 버스 사업을 운영하는 서강대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박지수(23), 박주혁(20), 박지미(24), 이나윤(20) / 사진=이동우 기자
서강대 분당-신촌 등교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주혁씨(20·서강대 지식융합학부)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5일 첫 인터뷰 이후 보름 만이었다. "혹시 일이 벅차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았을까?" 지레 걱정도 했지만 다시 만난 박주혁씨 곁에는 오히려 3명의 든든한 동료까지 있었다.

지난 20일 다시 만난 그는 "뜻이 맞는 대학 동문들이 모이니 혼자서는 어렵다고 생각한 일도 추진할 수 있었다"며 "버스도 늘어나고 노선도 늘었다"고 했다.

현재 운행 중인 버스는 분당-신촌 노선 1대.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분당-신촌 3대, 분당-고려대 1대, 분당-회기 1대 등 총 5대가 3개 노선에서 운행된다. 혼자였다면 꿈도 못 꿨을 일이지만 4명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움직이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학과 전공인 박지미(24·여)씨는 회계와 재무 그리고 법적인 부분을 맡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지수(23)씨는 홈페이지를 꾸미고 신청 수요 등을 데이터화했고 아트앤테크놀로지과 13학번인 이나윤씨(20·여)는 버스 신청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다.

당초 이들은 분당-신촌 버스만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서울 시내 대학 곳곳에서 통학 버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밀려들었다. 통학 불편을 겪는 학생들이 예상 외로 많았다.

결국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교통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편안한 통학을 책임지겠다는 구상으로 이어졌다. 버스 노선을 운영하면서 생긴 데이터를 버스회사 등 운수업체에 제공해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프로젝트명 '눈뜨면 도착'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당차게 시작했지만 대학생들의 힘으로 쉽지만은 않다. 당장 버스 회사에 줘야 할 200만원을 줄 돈이 없었다. 다행히 버스 회사가 지불을 유예해 줬지만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눈뜨면 도착'의 분당-신촌 노선 포스터(왼쪽), 노선마다 카톡방을 만들어 이용 승객들에게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눈뜨면 도착' 제공
박지수씨는 "매일 밤 11시 온라인으로 버스 운영에 대한 회의를 하는데 새벽 2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여서 정작 우리가 늦잠으로 버스를 못 타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며 "가끔은 돈 버는 일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위안이 되는 건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진심 어린 메시지들이다. 박지미씨는 "'버스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어쩐지 멋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서울권 대학 통학불편 해소'다. 박주혁씨는 "'눈뜨면 도착' 버스는 대중교통이 아닌 '커뮤니티 버스'"라며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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