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개혁,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부터

머니투데이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 2014.03.25 07:00

[머니디렉터]

↑이병건 동부증권 기업분석1팀장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산업 전반의 규제완화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규제 완화가 국정 기조인 '경제 부흥'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간의 성과를 얻기 위한 조급함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금융부문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규제 완화 관련 뉴스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금융부문이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금융사와 금융소비자간의 정보격차가 크며, 금융부문의 건전성이 국가경제의 대외 신인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금융규제 완화 논의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물경제 원활한 순환의 근간이며 금융자주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자본시장 관련 규제의 정비가 매우 긴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금융전반의 규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급하게 해소돼야할 규제로 퇴직연금의 자산운용관련 규제를 들 수 있다. 국민 노후생활자금의 안정적인 운용과 손실방지라는 애초의 제도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로 인해 퇴직연금 자산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퇴직연금이 자본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상품선택권의 제한으로 수익률도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어 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20일 개최된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연금자산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점이 언급됐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금융위원장이 '너무 안정성만 강조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규제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향후 방향성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한다. 회의에서 자산운용업계 대표가 건의한 것처럼 영국의 개인재산 종합관리계좌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제도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선 자산운용관련 규제부터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의 적립금은 84.2조원으로 급증했는데 2008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66.4%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도 25.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012년부터 퇴직 시 개인퇴직계좌(IRP) 가입이 의무화됐고 향후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을 막는 정책적 장치들이 도입될 예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퇴직연금의 고성장은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당초 자본시장에서는 확정기여(DC)형의 증가를 통해 주식시장의 활성화와 자본시장의 성숙에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외형적으로는 퇴직연금시장은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자본시장의 성숙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말 24.4%였던 DC형 비중은 지난해 말 20.1%로 오히려 하락했는데 기존의 퇴직보험과 거의 차이없이 운영되는 확정급여(DB)형 비중이 여전히 72%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경우 대부분 은행예금이나 채권투자 등으로 운용될 수밖에 없어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수익률은 3% 내외로 하락한 상황이다. 금융사의 수수료를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3%를 밑돌고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확정급여형으로만 돈이 몰리는 것일까? 흔히들 말하듯 우리나라 국민들이 극도로 위험회피 성향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투자인 확정기여형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확정급여형으로만 돈이 몰리는 것은 지나친 자산운용 규제 때문에 확정기여형이 투자의 성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자산운용규제를 살펴보면 확정급여형의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총 투자한도가 70%에 달하며 주식 등에 대한 직접투자도 30%를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확정급여형에 대해 위험자산 투자를 허용한 것은 확정급여형의 경우 결국 사용자가 지급의무를 지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근로자의 수급권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달라서 회사가 지급에 대한 의무를 지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예금과 보험계약으로 80% 이상이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투자의 성격이 강한 확정기여형의 경우 위험자산이 총투자의 40%로 제한되어 있으며, 주식 등에 대한 직접투자나 펀드에 대한 간접투자는 아예 금지되어 있다. 결국 주식형펀드 등에 대한 간접투자만이 40% 허용돼있다.

이에 따라 확정기여형의 경우 70% 이상의 자산이 실질적인 안전자산인 채권형펀드에 투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저금리 상황에서 점진적 금리상승이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채권형펀드가 확정금리 예금보험의 수익률을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과거 미국의 엔론 사태 등 경영진이 퇴직연금을 자사의 주가 부양에 사용한 것과 같은 일부 모럴 해저드 사태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성은 정상적인 감독을 통해 충분히 회피할 수 있다.

오히려 지나친 자산운용으로 투자형인 확정기여형이 확정급여형만도 못한 상품으로 전락돼 버렸기 때문에 퇴직연금이 노후자금의 안정적인 증식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안전판 노릇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부문 전반으로도 완화해야 할 많은 규제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면서, 당장 시행이 가능한 조치들을 먼저 시행해 시장의 활력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추진 가능한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통해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실물경제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운영의 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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