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씨가 화창한 21일 오후 1시 정부세종청사 주변에 위치한 '모아미래도' 아파트 공사 현장. 입구에서 만난 기획재정부 공무원 김모씨(45)는 장탄식을 쏟아냈다. 서울의 가족들과 떨어져 세종에서 원룸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는 올 12월 이 아파트 입주를 준비하며 살림살이 장만에 한창이었다.
오는 11월 준공예정인 '모아미래도' 아파트는 전체 723가구중 70% 가량(500여가구)이 공무원들에게, 나머지 30%는 일반인들에게 각각 분양됐다. 세종시 1-4생활권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조사에서 철근이 적게는 10~20%, 많게는 50~60% 가량 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믿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에 정기안전점검을 했다는데 그 보고서에도 당초 예정한 200㎜ 간격이 아닌 300㎜ 간격으로 시공을 해놨다고 하더라"며 "샘플조사에서도 20곳중 16곳이 철근량을 크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런 부실아파트에서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입주예정자 50여명이 지난 20일 행복청에 항의방문을 벌이는 등 주변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했다. 이날 공사현장 출입문은 두꺼운 자물쇠와 쇠사슬로 굳게 잠겨 있었다.
총 24톤에 달하는 시멘트 포대를 가득 실은 화물차 한 대가 잠긴 문 앞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화물차 운전기사 장 모씨는 "대체 현장에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며 "빨리 짐을 내리고 다음 장소로 가서 짐을 실어야 하는데 화주도 연락이 안되고 난감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모아종합건설 측 직원들은 사건이 불거진 뒤 모습을 감추었고 나이든 경비원들만 출입문 근처를 오가며 취재진의 접근에 난색을 표했다. 마침 점검을 위해 건설현장을 방문한 행복청 관계자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장으로 들어서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혹시 분양받으신 분이냐"며 "우리 청 직원들 중에도 분양받은 사람들이 적잖은데 정말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 박모씨는 "전체 15개동 중 4개동을 샘플 조사했는데 20곳의 샘플 가운데 16곳에서 철근이 빠져 있다면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즉각적인 계약해지는 물론 정신적·물질적 손해에 따른 합당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1000년 도시를 건설하겠다며 명품도시를 약속해 온 행복청도 정확한 실태조사와 책임추궁 등을 통해 이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점검 결과에 따라 관련자 고발과 함께 해당 업체의 영업정지, 부실벌점 부과 등의 합당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모든 과정을 입주예정자에게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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