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가 만든 패러다임의 변화

머니투데이 최종원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 2014.03.21 07:00

[머니디렉터]

↑최종원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KT ENS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크레딧 시장은 충격을 입었다. 관련된 채권의 손실규모만을 따지면 큰 의미 있는 일은 아니지만 우량 대기업 KT가 100% 자회사 KT ENS에 대한 지원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컸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다. 주식회사 주주의 유한책임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투자자들과의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KT는 다른 계열사의 조달금리 상승과 평판위험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신용등급 결정이 모회사 지원에 의지하는 수많은 기업의 조달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비난도 견뎌야 할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그리고 좀 더 긍정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깊이 고려하지 않았던 '모회사의 지원중단'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앞으로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이 자회사의 신용도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자회사의 크레딧 위험 증가가 등급변화로 인식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KT ENS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는 크레딧시장의 신용등급 변화와 스프레드 확대의 단초가 될 수 있고 그 대상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모회사의 신용에 의존하는 캐피탈사들이다. 공사채 공급부족 현상으로 나타난 AA-회사채 매수집중 현상은 카드 캐피탈사까지 넘어와 이들의 스프레드는 축소되고 있다.

3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큰 각각 2.76bp(AA+), 1.43bp(A+) 축소돼 공사채나 회사채(AA-)보다 축소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스프레드 축소 여유가 있던 카드사와 우량 캐피탈사가 수혜를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전채로의 투자자금 집중 현상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이번 주부터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캐피탈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모회사의 신용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모기업 지원 중단에 대한 우려가 가장 먼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비금융 제조계열 캐피탈사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반영해 실제 KT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로 유지됐지만 와치리스트 하향검토대상에 포함되면서 등급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둘째, KT그룹 계열사들이다. KT가 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영향은 다른 계열사로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지난 3월14일에는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KT그룹의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전망치가 부정적 검토로 하향됐다.

단순히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차원을 넘어 재무구조 악화에도 모회사의 지원을 근거로 등급이 유지될 수 있었던 여유가 사라져 향후 계열사의 등급변동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투자자라면 KT 계열사를 더 이상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염두 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우량그룹내 비우량 계열사다. 모회사의 지원가능성이 등급 결정의 큰 비중이 되는 우량그룹의 비우량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또한 그룹내 속해있으나 개인주주의 지분 비중이 높은 비우량 업체들도 해당될 것이다. 주로 모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되는 업체와 건설사들이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일로 신용평가사들도 모회자의 지원의지를 반영하지 않은 독자신용등급을 보고서에 병기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독자신용등급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계열사 지원여부 등 외부변수로 발생될 수 있는 부도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또한 투자자들도 더 이상 모회사의 지원가능성에 대한 맹신으로부터 멀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주주는 유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언제든 지분가치를 포기할 수 있다는 교과서의 이론을 다시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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