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모르는 '현상'의 이면

머니투데이 백승관 기자 | 2014.03.22 06:00

[Book]'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현상학으로 보는 3월의 진달래는 어떤 의미?

19세기는 모든 사물이 과학적으로 해부되고 인간의 의식마저 단순한 사물로 전락한 시대였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숫자, 그래프, 함수로 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후설은 이러한 사조에 반대해 인간의 의식을 탐구 대상으로 '현상학'을 만들었다.

3월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요즘, 두 사람이 등산을 하면서 산자락에 핀 '진달래꽃'을 봤다. 한 사람은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진달래과에 속하는 진달래는 4월에 개화하기 때문에 '그것'은 진달래가 아니다"라고 한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꽃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아,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가 중요하지"라고 말한다. 전자가 19세기의 과학자라면 후자는 '후설과 메를로-퐁티'를 잇는 현상학자이다. 꽃이 우리에게 의식되는 '현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현상학이다.

현상학은 일체의 형이상학적 사변을 거부하고 구체적이며 생동하는 경험 속에서 우리에게 의식되는 현상을 엄밀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철학이다. 후설을 비롯해 이어 등장한 메를로-퐁티 등 많은 현상학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현상'을 분석했다. 그를 통해 인식론, 존재론, 윤리학, 미학 등 철학의 여러 분야를 쇄신했으며 이러한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의 저자 이남인 서울대 교수는 후설의 현상학이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후설의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이 책이 처음이다. 책은 현상학 및 현대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저자는 두 거장을 통해 난해할 수 있는 현상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를 돕는다. 철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책을 읽고 나면 놓치고 지나쳤던 꽃잎과 새싹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후설과 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이남인 지음. 한길사 펴냄. 496쪽. 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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