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장세' 재건축, 매도-매수 힘겨루기에 '거래절벽'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진경진 기자 | 2014.03.18 17:58

압구정·개포·잠실 모두 '기싸움' 한창… "호가보다 실거래가 위주로 판단해야"

잠실주공5단지 전경. / 머니투데이DB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은 말 그대로 '호가 장세'다. 매수자들은 단기 급등한 호가에 한발짝 물러서 있지만, 매도자들도 희망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재건축시장의 향배는 매도-매수자간의 지구력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양측의 기싸움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한 '거래절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압구정도 못피한 '거래절벽'

 강남구 압구정로(압구정동) 일대 현대·한양·미성 아파트가 지난 14일 재건축 안전진단 심의에서 D등급을 받으며 사업추진의 발판이 마련됐지만 분위기는 잠잠하다. 강남권 다른 재건축단지들이 높은 호가로 생긴 '거래절벽'을 압구정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인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압구정로에 위치한 H공인중개소 대표는 "연초에는 문의가 많았는데 이번엔 안전진단을 통과하고도 문의가 별로 없다"며 "아무래도 호가 급등이 매수세를 주춤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1억~1억5000만원 가량 호가를 올린 물건도 있다"며 "10억원인줄 알고 찾았더니 11억원이라는데 누가 사겠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 2월 압구정 주요 재건축 단지 거래량은 전달에 비해 급감했다. 압구정로 현대·한양·미성 등 주요 재건축단지 거래량은 1월 22건에서 지난달에는 4건으로 줄었다. 82%나 감소한 셈.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는 이번 안전진단 호재가 오히려 거래절벽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사실 안전진단 말고는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어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올 초 재건축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에 대해 매수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결국 거래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 추진 움직임이 있다곤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이고 높은 호가로 매수자들이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름째 꼼짝않는 '호가'…"그 값엔 안산다vs그 값엔 못판다"

 송파구 송파대로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지난달 14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된 뒤 같은 달 22일 호가가 13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호가 급등에 매수세가 사라지자 이달 초 13억원 수준으로 내려온 뒤 보름째 변동이 없다.

 거래는 크게 감소했다.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2월 18건이 거래됐었던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3월들어선 이날 현재까지 거래건수가 3건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현재의 호가 수준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단지인 개포주공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강남구 선릉로(개포동) T공인중개소 대표는 "개포주공1단지 35㎡ 호가가 6억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간혹 호가를 낮춘 매물도 주변 호가에 영향을 받아 계약 당일 취소하는 등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거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호가 상승은 매수세가 붙지 않아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매도호가는 집주인의 희망사항일 뿐, 추격매수가 없는 호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시장을 상승기로 볼 수 없는 만큼 매도-매수자간 제시가격 차이는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팀장은 "재건축아파트값이 소폭 오른 것은 맞지만, 호가 상승을 과잉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시장 상황에선 호가가 아닌 실거래가 위주로 판단하는 것이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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