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B씨(29)는 학업보다는 인맥을 쌓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제대학원에 입학했다. 매학기 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이 부담스러웠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B씨도 입학을 위한 면접 당시 받았던 노골적인 질문을 떠올리면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면접관으로 들어온 교수는 "입학하면 등록금을 누가 낼 거냐", "회사에서 지원금은 얼마나 나오냐" 등 경제적 능력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B씨는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등록금 낼 여력이 없으면 입학하지도 말라'는 것 같았다"며 "등록금 때문에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18일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학원은 총 1170곳으로 이 가운데 69.0%(807곳)가 특수대학원이다. 전문대학원은 15.6%(183곳), 일반대학원은 15.4%(180곳)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석사학위 취득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특수대학원은 고등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입학목적 자체가 학업보다는 학벌, 인맥 등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맞춰지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는 대학들 역시 학사운영의 질적인 측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학업 외 목적으로 입학하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특수대학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상태다. 이는 대학원 입학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대학원입학준비위원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수대학원 입학 관련 질문에는 "깊이 있는 공부하기는 좀 어려운 분위기", "일단 특수대학원은 수업의 퀄리티(질)에 실망하실 것"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서류평가와 면접만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는 관행도 체계적인 학생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른 유형에 비해 특수대학원 학생들의 박사과정 진학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수대학원은 일반·전문대학원과 달리 자체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특수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의 진학비율은 1.9%로, 일반대학원(9.8%)과 전문대학원(4.2%)의 수치를 크게 하회했다. 대학구성원들 사이에서도 "특수대학원 교육만으로 박사과정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학문적 목적보다는 인맥이나 졸업장이 필요해서 특수대학원에 입학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대학에서도 수익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다 보니 등록금 수준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 특수대학원뿐 아니라 전체 대학원의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며 "전반적인 대학원 교육여건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