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는 아직도 섹시 컨셉이니?"…日걸그룹 어디까지 갔나

딱TV 윤재식 MTN PD | 2014.03.20 08:40

[딱TV]'거포' 이대호 선수도 놀랄 오릭스의 비밀병기…프로야구단 전용 걸그룹 탄생

편집자주 | 윤재식의 '딱타쿠' -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서브 컬처에 대한 최신 소식과 트렌드를 빠르게 전달하고 일반인은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는 매니아 문화를 심층 분석해 알기 쉽게 풀어준다.

올해 FA를 통해 일본프로야구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이대호 선수.
소프트뱅크는 이대호 선수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둥지를 튼 소속 팀입니다. 그럼 현해탄을 건너 첫 번째로 플레이 했던 팀은? 바로 '오릭스 버팔로즈'라는 팀입니다.

이대호 선수는 지난 2년간 오릭스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다시 한 번 FA를 통해 3년간 총액 19억엔, 우리 돈으로 200억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받고 이적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이대호 선수가 떠나간 자리, 오릭스는 그 공백을 메울 방법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괜찮은 활약을 해왔던 다른 팀 용병 타자들을 몇 명 계약했지만, 라인업을 보면 빈약하기 그지 없네요.

그나마 태평양 건너갔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투수 이가와 케이가 혹시나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사실 말도 안 되는- 기대감을 갖는 남은 팬들. 오사카 지역 전통의 인기 팀이자 이제 오승환 선수로 인해 한국 내 팬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는 열혈 '한신 타이거즈'로 더 옮겨가지 않을까요?


오릭스, 이대호를 대신할 최강의 대타 선보이다…구단 한정 걸그룹 '비즈걸즈'(BsGirls)

그러나, 이런 힘든 상황을 타개하고자 오릭스 구단은 정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습니다. 꼼수인지 아니면 트렌드를 쫓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것은 바로 구단 공식 댄스&보컬유닛 걸그룹 '비즈걸즈'(BsGirls : 약칭 BsG 비에스지)입니다. 오릭스는 일본 최대 음반사인 에이벡스의 매니지먼트사와 공동으로 이런 구단 한정 걸그룹 계획을 시도해, 드디어 지난 3월 11일 첫 선을 보였습니다.

<BsGirls 첫 공개, 출처: 산케이스포츠>


걸그룹 '비에스지'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각지 총 1000여명의 지원자들 중 오디션을 거쳐 엄선된 2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보컬 담당 4인과 16인의 퍼포머(performer)로 구성된 평균 연령 21.9세의 20인조 걸그룹 비에스지의 데뷔곡은 굉장히 '야구스러운' 타이틀 'DIAMOND'입니다. 프로야구단 한정 걸그룹 답게 중심이 되는 댄스는 유명 안무가이자 과거 하마사키 아유미와의 스캔들로 유명한 SHU-YA가 맡았습니다.

첫 무대 공개 영상과 함께 홈페이지의 각 멤버 별 프로필을 훑어봤을 때 든 느낌은 '역시 일본스러운 것이 또 하나 생겼다'입니다.

일본의 아이돌, 특히 걸그룹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의 걸그룹이라고 하면 노출과 섹시 컨셉트가 떠오릅니다. 그런 사진과 뮤직비디오로 연예면 한 구석에서 남성들의 시선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최근 걸그룹들의 트렌드입니다.

일본도 물론 그런 컨셉의 걸그룹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야의 수요는 '그라비아 아이돌'이라는 전통의 강자가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따라서 대다수 걸그룹은 다른 무언가로 승부를 봐야 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의 대세 'AKB48'와 같은 밀착형 아이돌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에서 TV를 봐도, 포털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잡지와 신문을 읽어도, 하다못해 파칭코(pachinco)에 가도 만날 수 있는 'AKB48'(참고로 이 걸그룹을 호칭하는 바른 방법은 '에이케이비 포티에잇' 입니다)은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며 일본의 최근 대중문화 현상을 이해하는데 기본이 되는 유닛입니다.


<BsGirls 프로필 사진, 출처: 닛칸스포츠>



이 걸그룹의 탄생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유명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도쿄 아키하바라에 전용 극장을 열고 라이브 무대를 가지면서 부터입니다.


현재는 지역 거점형 자매 그룹과 해외(인도네시아, 중국)까지 뻗어나가면서 정식 멤버와 연구생까지 포함해 총 수백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인원수를 자랑하는 그룹으로 커졌습니다. 더이상 아키하바라를 거점으로 전단지를 나눠주던 시절의 그들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한국보다 영토가 길~고 넓은 일본은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하는 '로컬 아이돌'이 있고 TV출연은 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라이브하우스 공연을 주업으로 하면서, 직접 전단지를 돌리며 자신들을 알리며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 역시 수두룩합니다.

그런 아이돌들이 1년에 한 번씩 한 자리에 모여 대규모 대회를 여는데요. 바로 '도쿄 아이돌 페스티벌'입니다. 지난해에는 무려 111개 팀이 출전했다고 하니, 국내의 지상파 TV의 연말 가요 특집 프로그램이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BsGirls, 출처: 오릭스 버팔로즈 공식 홈페이지>



지역 행사 출연과 로컬TV 방송, 그리고 직접 만든 인디앨범을 판매하면서 형편이 좋아지면 전용 라이브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일본의 아이돌 걸그룹들. 하지만 이마저도 형편이 안되는 많은 걸그룹들이 노상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하듯 무대에 서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공 스토리를 가진 걸그룹이 있지요? '크레용팝'도 이러한 부류에 속할 것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젠 'AKB48'처럼 지상으로 올라왔지만요.

이러한 '밀착형 아이돌' 걸그룹을 넘어 이제는 프로야구팀에서 직접 걸그룹을 만들어 자신의 팀을 응원하게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으니,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과연 어디까지 진화하는 것일까요.

오는 4월 4일 오사카 돔구장에서 열리는 오릭스 버팔로즈의 홈 개막전, 비에스지가 첫 그라운드 공연을 통해 공식 활동을 개시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군요. 어느 순간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이 야구 뿐만 아니라 걸그룹 퍼포먼스 배틀을 붙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토목공사만 벌일 것이 아니라 '부산걸즈'나 '기아타이걸즈'같은 로컬 아이돌을 육성해 활발한 지역 활동을 펼치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이런 걸그룹 탄생을 못보고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이대호 선수, 너무 아쉬워 하지 마세요. 소프트뱅크의 홈 구장인 후쿠오카 돔에는 AKB48의 자매그룹이자 지난해 5회 AKB48 총선거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사시하라 리노'가 버티고 있는 'HKT48'의 전용 극장이 있으니까요.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3월 20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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