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을 두려워 하지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 2014.03.15 06:34

[줄리아 투자노트]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5년 이상 가입하면 납입액의 40%, 240만원까지 소득공제해주는 소장펀드가 17일부터 판매된다. 펀드에서 전혀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절세 효과를 감안하면 연간 6.6%의 이자를 얻는 것과 같다. 역으로 펀드에서 연간 6.6%의 손실이 나도 원금은 보전된다.

조건이 이렇게 좋은데도 소장펀드 가입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은행 예금처럼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불안해 한다.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니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어봤자 무슨 큰 재미를 볼 수 있으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면 소득공제 효과는커녕 원금만 날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난 3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실린 마크 허버트의 칼럼 '침체장을 두려워하지 말라'의 일독을 권한다. 허버트는 WSJ 자매사인 마켓워치의 주식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허버트는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주식에서 입은 손해는 오래 기다리기만 하면 결국 회복된다는 말이 투자자들에겐 거의 위안이 되지 않는다. (경제학자) 케인스조차 기다리다 우리 모두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실제로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침체장은 주식시장에서 입은 손해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다우존스 지수는 1932년 바닥을 칠 때까지 1929년 고점 대비 80% 폭락했고 1929년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1954년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

하지만 허버트는 여기에 3가지 왜곡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첫째, 다우존스 지수는 미국 증시에서 오로지 30개 종목의 움직임만 반영할 뿐이라는 것이고 둘째, 주식의 총 수익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당금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며 셋째, 1930년대에 미국이 디플레이션을 겪었다는 사실이 간과됐다는 것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929년부터 1933년까지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으로 달러 기준의 구매력은 3분의 1이상 늘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고려하면 다우존스 지수의 낙폭 상당 부분이 상쇄된다.

허버트는 이 3가지 왜곡 요인을 감안해 계산하면 미국 증시가 1929년 고점을 넘어선 것은 1937년 3월로 침체장 극복에 걸린 기간은 7년반이었다고 지적했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이라 불렸던 2007∼2009년 침체장의 경우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데 걸린 기간이 더 짧았다. 미국 증시가 2007년 10월9일에 기록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2013년 1월이었다. 2007년 10월9일 꼭지에서 주식을 샀다 해도 5.3년을 참았으면 원금을 회복했다는 얘기다.

허버트는 1926년 이후 미국 증시가 침체장을 겪은 뒤 이전 고점을 뛰어넘을 때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3년에 불과했다며 케인스의 말처럼 증시에서 입은 손실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데 한평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장펀드 가입기간은 5년 이상이다. 가입 직후 침체장이 찾아온다 해도 원금을 회복할만한 기간은 충분하다. 또 투자수익률 기준으로 원금만 회복해도 소득공제로 인해 연간 6.6%의 이자를 복리로 누릴 수 있게 된다.

물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일본 증시를 근거로 주식의 위험을 경고할 수도 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여전히 1989년 고점 대비 60% 아래에 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 회사인 이피션트 프론티어 어드바이저의 원장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일본이 통화당국의 실책으로 장기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채권 등 모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게 돼 있다. 번스타인은 한 국가의 이례적인 장기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피하려면 여러 국가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출시 예정인 주식형 소장펀드는 대부분 국내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은 어렵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은 현재 거의 없으며 낮은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한국 증시가 1990년대의 일본 증시처럼 폭락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형 소장펀드는 한번 도전해볼만한 상품이다.

제레미 시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1802년 이후 미국에서 주식과 채권, 현금, 금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주식이 월등한 격차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최근 KDB대우증권이 한국에서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금 등 5가지 투자자산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주식과 금이 190%로 성과가 가장 좋았다. 채권은 69%, 예금 복리는 50%, 부동산은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33%였다.

주식은 단기 변동성이 채권이나 예금에 비해 월등히 큰 만큼 그에 따르는 보상, 즉 수익률이 높다. 적은 돈으로 종자돈을 만들려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의 기대 수익률에다 안전망으로 연간 6.6%의 이자까지 보장되는 상품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100% 안전을 원한다면 연간 3% 미만의 쥐꼬리 금리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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