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터넷금융發' 금융혁신

머니투데이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 2014.03.11 06:01

[정유신의 China Story]

해외에서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톱이슈지만 중국내에선 인터넷금융이 단연 화제의 중심이다. 은행예금은 물론 증시자금까지 인터넷 포털기업들의 인터넷금융상품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는 전자상거래 1위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재테크펀드상품 위어바오(餘額寶).

작년 6월 출시된 이래 연말 펀드규모가 2500억위안(약 45조원)까지 늘더니 그 후 속도가 더 붙어서 지금은 5000억위안 (87조원). 단일 펀드규모로는 시장점유율 10%로 중국 최대, MMF (Money Market Fund)로는 세계 4위 수준이다. 가입자 수도 놀랍다. 최근 보름 만에 2000만명이 늘어나 가입자가 이미 8100만명을 초과, 중국내 주식투자자보다 많다고 하니 가히 경이적이다.

도대체 이처럼 빨리 급신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시장에선 경쟁상품보다 확실하게 높은 수익률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위어바오가 제시한 수익률은 최근 다소 떨어지곤 있지만 6~7% 수준. 은행 정기예금 같은 경쟁상품 금리의 두 배나 되니 투자자가 열광하는 게 당연한 셈이다. 물론 여기엔 작년 5월 이후 그림자금융 때문에 중국 단기금리가 급등해서 단기자금 운용여건이 좋아진 점, 또 그럼에도 은행과 증권 등이 상품개발을 게을리 한 점 등도 한몫하고 있다.

둘째, 위어바오가 갖고 있는 상품 편의성이다. 우선 수많은 개인투자자에게 특히 폐쇄적인 중국 금융시장에서 가입자가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위어바오는 알리바바의 다른 상품 즉 결제서비스상품인 즈푸바오(支付寶)와 소액대출상품인 아리소액대출(阿里小貸)과 연결돼 있는 일종의 패키지 상품이다. 따라서 물건구매나 공과금납부 때 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고, 영세기업이나 개인사업주라면 소액대출 (2억~5억위안, 만기 1~2년)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알라바바의 위어바오 뿐 아니다. 알리바바의 소위 '바오(寶)' 열풍을 계기로 경쟁업체들의 인터넷금융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검색 1위업체 바이두(百度)는 작년 10월말 바이파(百發) 펀드출시 하루만에 10억위안을 모아 화제를 뿌렸고,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업체인 탕쉰(騰迅)은 지난 1월 차이푸퉁(財付通) 펀드를 출시, 두 달도 안돼 500억위안을 모으고 있다. 아무튼 최근 중국의 금융시장은 여유자금이 있으면서 인터넷에 능한 투자자들이 인터넷금융상품에 열광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럼 이런 인터넷금융시장의 확대가 갖는 의미 내지 효과는 어떤 것일까. 첫째, 금융상품 개발경쟁을 통한 금융혁신이다. 이미 위어바오 등의 출시로 그동안 개인자산관리나 영세기업대출에 관심 없던 전통 은행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이다. 5~6%의 고수익상품으로 맞대응을 시작하고 있고, 또한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한 모바일 금융서비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시장에선 시장금리 결제성예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1980년대초 미국의 'MMF발 금융혁신'과 비교한다.


둘째, 금리자유화 촉진효과다. 중국은 작년 8월 금리하락유도를 목적으로 대출금리를 자유화했고 또 예금금리의 조기자유화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고공행진해서 정책당국을 힘들게 했다. 따라서 인터넷금융상품과 은행상품간의 경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정책당국으로선 '금리하락과 금리자유화'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셋째, 온라인소비의 확대효과도 예상된다. 시진핑정부는 시작초기부터 내수확대정책의 일환으로 온라인소비를 강조해왔다. 상품결제기능이 있는 인터넷금융상품이 다양해질수록 이들 고객도 늘고 그만큼 온라인소비도 증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넷째, 개인 의견이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위안화는 대체로 강세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잠재수요가 많다. 따라서 경쟁력 있는 위안화 금융상품이 늘면 늘수록 해외투자자의 위안화거래가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금융상품이 금융질서를 교란한다든지 보안이슈, 예컨대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개인정보 도용우려를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입장은 명확한 것 같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총재는 "인터넷금융상품 관리감독정책을 보완해 인터넷금융의 건전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인터넷금융상품 철폐주장을 일축했다. 수익모델이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우리 자본시장 등을 돌아보면 우리도 보다 과감한 융합과 금융혁신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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