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97%가 '루저'되는 사회… 희망 있을까요"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4.03.11 06:03

[인터뷰] '찾았다 진로' 펴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공동대표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의 송인수 대표
"부모들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바꿔야 할 텐데요…."

대한민국 부모들 대다수는 자녀가 월급이 많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길 원한다. 그런 일자리를 위해 명문대와 특목고를 선호하고, 유치원에 보내면서부터 국제중을 목표로 영어교육에 몰입한다.

"우리나라에서 '돈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한 해 2만개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그런데 한 해 취업 희망생은 60만명이 넘습니다. 60만명 중에 58만명이 루저(loser, 패배자)가 되는 사회 구조입니다. 한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97%의 사회 초년생들이 루저로 낙인 찍히는 사회에 희망이 있겠습니까?"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공동대표(50)는 이번에 새롭게 펴낸 '찾았다 진로!'라는 소책자를 통해 "성공의 기준을 바꾸자는 말을 가장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돈과 안정성으로 좋은 직업을 판단하는 관점은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고, 그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 보람을 경험하며, 경제적으로 자립생활을 할 수만 있으면 됩니다. '적성, 사회적기여, 경제적자립' 이 세 기준을 만족시키면 모두 좋은 직업이고, 이런 직업을 선택하면 행복합니다. 자녀를 3% 안에 포함시키려면 얼마나 걱정이 많고 어렵겠습니까. 하지만 성공의 기준을 바꾸면 그런 걱정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제 아이만 해도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닌데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세 가지 기준만 충족한다면 저나 아이나 행복할 거라고 믿으니까요."

송 대표는 의사 직업을 예로 들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 의사는 모델 다음으로 최하위(169위)를 기록했습니다. 의사가 자기 일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의료직이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서입니다. 공부 잘해서 전교 1등 하는 학생들은 주로 연구직에 어울립니다. 그런데 의사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직이지요. 그러니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자기 적성에 따라 만족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은 행복의 출발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32페이지 분량의 이 소책자를 발간하는데 무려 4년의 세월을 소요했다.

"요즘 진로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반면, 제대로 된 정보는 찾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불안만 조장하는 잘못된 정보도 많습니다. 바른 관점과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4년간 50회 가까이 조사와 연구, 토론을 실시했습니다. 정말 죽다 살았습니다. 처음부터 4년이 걸릴 줄은 몰랐어요. 2009년에 내놓은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는 1년 약간 더 걸렸습니다. 그 정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달려들고 보니 만만한 과제가 아니었습니다. 취업시장의 트렌드까지 이해해야 했습니다. 어렵사리 개발해 회원들에게 먼저 돌려봤더니 '도덕교과서' 같고 현실성,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더 파고들고, 또 파고들며 끝장을 봤지요. 최종판에 대해서는 회원들이 너무너무 좋아했습니다. 성경처럼 모셔두고 수시로 읽겠다는 분도 있을 정도입니다."

2008년 6월 발족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명 선행교육금지법을 이끌어 낸 교육시민단체다. 학원 영업의 본질을 파헤친 '아깝다 학원비' 소책자가 큰 힘이 됐다. 이 책자는 초판 10만부 이래 지난해까지 11쇄가 발행돼 총 100만부가 전국에 뿌려졌다. 방방곡곡 후원인들이 알음알음 비용을 보탰다. 이번에 발행한 '찾았다 진로' 20만부 제작비용 약 4500만원도 뜻 있는 시민 105명의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사교육 문제는 결국 진로 문제와 직결됩니다. 진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려면 학력이나 학벌로 차별받는 관행, 제도가 사라져야 할 테고, 대학 서열화도 완화돼야 합니다. 아이들의 적성을 살려주는 좋은 학교, 좋은 대학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겠죠. 앞으로 그런 쪽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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