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우즈, 28m '버디' 퍼트 성공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 2014.03.09 14:00

[행동재무학]<55>지나친 위험 회피, 투자이익 줄어든다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7일 월드골프참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무려 28미터에 달하는 버디(birdie) 퍼트를 성공시켰다."

골프 경력 20년 차인 한 모씨는 지난 주말 세계 랭킹 1위인 타이거 우즈가 PGA 투어에서 28미터나 되는 퍼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골프황제야'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렇게 넣기 어렵다는 버디 퍼트를 그 먼 거리에서 넣다니...'

타이거 우즈의 28미터 버디 퍼트 성공 소식에 놀라는 사람은 한 모씨뿐만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그린에 볼을 잘 올려 놓고도 퍼팅에 자신없어 볼이 짧아지기 일수다. 특히 용케 버디 찬스를 잡아 놓고도 퍼팅이 겁나 소위 그냥 파(par)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욕심내서 버디를 노렸다가 파도 못 건지게 되는 낭패를 겪게 되면 그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한 모씨와 골프 라운딩을 종종 같이 하는 홍 모씨는 퍼팅에 남달리 강하다. 특히 내기 골프에 강해 내기 금액이 올라가 남들이 긴장할수록 더욱 침착하고 대범하게 그린에서 홀 컵을 공략한다. 타이거 우즈가 28미터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듯이 홍 모씨도 버디 찬스가 오면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는 법이 없다.

반면 대다수의 골퍼들은 버디 퍼팅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 퍼트가 짧아지는 걸 경험한다. 주말에야 겨우 필드에 나가는 직장인 주말 골퍼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PGA 프로 골퍼들도 버디 퍼트가 짧아지는 건 매한가지다.

2011년 경제학 최고의 학술지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는 총 6년간 421명에 달하는 PGA 프로 골퍼들의 퍼트 결과를 분석한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를 떠나서 조사 대상과 연구 주제가 무척 흥미롭기에 경제학 최고 학술지에 실릴 만한 그런 논문이었다.

시카고 대학의 데빈 포프(Devin Pope) 교수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머라이스 슈와이쩌(Maurice Schweitzer) 교수는 2004년~2009년 사이에 239개의 PGA 투어에서 총 421명에 달하는 PGA 프로 골퍼들이 시도한 250만 개의 퍼트 기록을 분석, 『타이거 우즈는 위험 회피적인가? (Is Tiger Woods Loss Averse?)』란 제목의 행동경제학 논문을 발표했다.

결과는 "세계 최고의 프로 골퍼들도 버디 찬스에선 똑같은 거리의 파 찬스 때보다 퍼트가 짧아져 2퍼센트 포인트 가량 퍼팅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두 교수는 프로 골퍼들이 72홀에서 평균 1타 정도 버디 퍼트 실수를 하며 이런 실수로 말미암아 톱 20명의 프로 골퍼들이 연간 120만불 상당의 상금 손실을 입는다고 추정했다.


그럼 PGA 프로 골퍼들까지 왜 버디 퍼팅에 약할까? 두 교수는 그 이유를 지나친 위험 회피(risk aversion)로 설명했다. 무리하게 버디(birdie)를 노리려다 파(par)도 못 건지는 게 되는 두려움이 직접 버디를 공략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홀 컵에 붙이고 파로 마무리짓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똑같은 거리라도 파 찬스에선 보기(bogey)로 한 타를 손해보는 두려움이 더 크기에 골퍼들은 홀 컵으로 바로 공략, 버디 퍼트보다 길고 정확도가 높은 퍼팅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타이거 우즈도 "파 퍼트가 버디 퍼트보다 더 중요하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버디(birdie)의 쾌감이 보기(bogey)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두 교수의 연구가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은 위험 회피와 같은 비이성적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 통념이 있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도 예외없음을 보여준데 있다. 이들은 "프로 골퍼들도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는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랴"라며 위험 회피가 인간의 의사결정 및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험 회피는 주식투자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심리적 성향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투자이익이 나기 시작하면 서둘러 이익을 실현시키려는 조급함을 들 수 있다. 이 조급함은 혹시 지금 실현시키지 않으면 금새 주가가 하락 그나마 작은 이익도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특히 오랜기간 투자손실을 겪다 겨우 주가가 회복되어 투자성과가 플러스로 돌아섰을 때 이러한 두려움과 조급함은 커진다.

이러다 보면 대부분 적은 투자이익밖에 얻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주식 투자를 하면서 '꼭 내가 팔고 나면 주가가 몇 십 퍼센트 더 오르더라'라고 푸념을 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위험 회피 때문에 버디 퍼트가 짧아지는 주말 골퍼와 같은 똑같은 사람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도 주식 투자 초창기에 너무 성급히 투자이익을 실현한 뒤 두고 두고 후회했다는 일화가 있다.

골프 퍼팅 테크닉 가운데 "홀컵에 못 미치는 것보다 지나가는 게 낫다"는 말이 있다. 타이거 우즈가 골프황제로 불리는 이유 중의 하나도 버디 찬스에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홀 컵을 바로 공략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도 위험 회피가 지나치면 너무 성급하게 이익을 실현시켜 큰 투자이익을 날려 버리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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