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1미터 칼 막 휘둘러 "中 쿤밍역 테러현장에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 2014.03.02 16:48

33명 사망 140명 중경상…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쿤밍 기차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170여명이 숨지거나 중경상을 입은 가운데, 한 여성이 울먹이면서 친지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사진=웨이보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은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로 '봄의 도시'로 불린다. 리장과 따리, 샹그릴라, 호도협 등 한국인도 선호하는 관광지의 베이스캠프로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1일 저녁 '봄의 도시' 쿤밍의 관문인 기차역은 무장괴한들의 테러로 아수라장이 됐다. 신장위구르 분리 독립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2일 오후 4시 현재 총 33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내 판롱구의 번화가에 자리 잡고 있는 쿤밍 기차역은 쿤밍로, 내쿤철로, 남쿤철로등 많은 철로들이 밀집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1일 저녁 9시쯤 검은색 옷을 입고 1미터 길이의 칼로 무장한 10여 명의 테러범들이 쿤밍 기차역에 난입했다. 이들은 역 광장과 1,2층 매표소에서 표를 사거나 대합실에서 휴식 중이던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왕딩겅씨는 "쿤밍역 광장에서 검정색 옷을 입고 머리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2명의 젊은 남자가 갑자기 칼을 꺼내들더니 주변 사람들을 마구 베었고, 광장은 비명소리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사건발생 직후 쿤밍 기차역 내부의 처참한 현장/사진=웨이보
매표소 창구에서 표를 사려던 한 여성도 검은 옷을 입은 2명의 남성이 등에 매고 있던 자루에서 1미터 길이의 칼을 꺼내 주변 사람들을 마구 베기 시작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리장행 기차를 기다리던 송쉐장씨 부부는 "대합실에서 쉬고 있는데 3~4미터 거리에서 2명의 남자와 여자가 도망가는 시민들을 향해 칼을 휘둘러 황급히 기차역내 우체국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좁은 우체국에 100여 명이 넘는 승객들이 몰렸고, 몇 명의 보안요원들이 곤봉을 소지한 채 문 앞을 지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고 다급했던 현장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깜짝 놀랐어, 쿤밍 기차역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두 자루의 칼을 쥐곤 사람들을 쫓아다니면서 베더라구, 정말 무서웠고 정신이 없었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진압에 나섰지만 곤봉 밖에 소지하지 않아 초기 진압에 실패해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경찰 2명도 테러범이 휘두른 칼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총기를 사용해 현장에서 범인 4명을 사살하고 여성 1명을 체포했다.

웨이보에는 피가 낭자한 기차역 바닥과 쓰러져 있는 희생자를 돌보는 의료진, 기차역을 봉쇄한 경찰과 희생자들을 실어 나르는 구급차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목격담이 계속 올라왔다.

리장행 기차를 기다리던 26살 천위더씨는 비명소리에 도피하던 중 허리에 자상을 입고 시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안의원 9층 외과 수술실로 옮겨진 그의 몸 여기저기 피가 흥건했다. 연안의원과 쿤밍 제1병원 등 시내 대형 병원에는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진료를 받고 있는데, 쿤밍 혈액본부는 공급된 혈액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은 2일 사건발생 직후 "전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고 테러분자들을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보안 분야 최고책임자인 멍젠주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등을 쿤밍으로 파견해 테러 실체 파악 및 후속조치를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쿤밍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 분리 독립운동 세력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테러사건으로 규정하고 붙잡힌 범인들을 대상으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은 독립을 요구하며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에는 베이징 중심부인 톈안먼(天安門)에서 위구르인 일가족이 차량테러로 5명(용의자 3명 포함)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중국 내 소수민족 분쟁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이번 쿤밍사건으로 3일 양회 개막을 앞두고 테러예방을 위해 베이징은 물론 신장, 간쑤, 산시, 칭하이, 닝샤 등 서북지역 6곳을 집중적으로 감시 감독해온 중국 공안 당국의 경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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