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항복했다고? 헛물켜는 통신사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4.03.01 16:54

[조성훈의 테크N스톡] 넷플릭스 자사품질 제고위해 협의했을 뿐…우리만의 망공정이용 원칙 세워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가토스 소재 넷플릭스 본사 /웹사이트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영화대여 회사인 넷플릭스가 북미 최대 인터넷서비스 회사인 컴캐스트에 망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통신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보도대로라면 IT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논란이 새 국면을 맞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망중립성은 누구나 평등하게 인터넷을 쓰고 쓰는 양에 따라 차별받지 않야한다는 원칙입니다.

블룸버그뉴스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좀더 빠른 전용회선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수백만 달러의 추가비용을 컴캐스트에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도 같은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인터넷망 업체들에게는 '눈엣가시'와 같았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제공하는 OTT(오버더톱, 콘텐츠서비스업체) 회사로 승승장구했지만, 미국 전체 인터넷트레픽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망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준 게 사실입니다.

조성훈 증권부 자본시장팀장
넷플릭스는 망을 사용하는 이가 구축비용을 부담해야한다(수익자 부담원칙)는 미국 통신업계의 요구를 그동안 거부해왔습니다. 이때문에 네트워크 무임승차의 주범이라는 비판도 많았던 만큼 이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겁니다.

게다가 이보다 앞서 지난달 14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그동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원칙에대해 '망사업자의 요금체계는 망중립성 원칙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와 항소법원의 결정을 두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망중립성 다툼에서 결국 망사업자가 승리한 것이며 국내 콘텐츠 업체들도 결국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까지 내놓고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합의에대해 통신서비스 기업의 기본 비즈니스모델인 망사용료 과금에 힘을 실어준 것인데다 기존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과금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통신업체들의 네트워크 매출감소 및 투자부담 우려를 완화하는 긍정적 뉴스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넷플릭스나 연방항소법원의 결정 모두 망중립성의 근본원칙과는 무관합니다.

일부외신들은 넷플릭스가 추가로 망이용 비용지불을 합의한 것은 최근 넷플릭스의 컴캐스트 가입자 대상 동영상 스트리밍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 것과 무관치않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넷플릭스는 미국 전역에 대용량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트래픽 과부하로 서비스품질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것은 넷플릭스입니다.


고객불만이 커지면 이탈이 생기는 만큼 추가비용을 내고 더 빠른 전용선을 확보해서 고객 서비스품질을 개선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이는 망중립성논란과는 무관하게 자사 서비스품질제고를 위한 경영전략일 뿐입니다.

게다가 컴캐스트는 그보다 열흘전 북미 3위 인터넷 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그렇게되면 전용선 이용협상에서 불리해지 것을 우려해 넷플릭스가 합병 전에 신속히 계약을 맺기로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연방항소법원의 FCC에 대한 판결도 마찬가집니다. FCC의 망중립성 원칙을 네트워크 기업에 강제하는게 위법하다고 판결했을 뿐 망중립성 원칙과 이에따른 사회적 공익성 자체를 부정한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또 망중립성 관련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판례가 매번 달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FCC 역시 망중립성 원칙을 기업에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또다른 규제방안을 고민중입니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몇몇 사례를 놓고 이렇게 호들갑 떨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않습니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는 "미국은 망중립성에 대해 사전에 일정한 규제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규제체계도 마련되지않고 사후판단하는 수준"이라면서 "전세계적으로 망중립성은 규제나 탈규제의 문제가 아닌 사업자와 이용자간 자율적인 협의와 규제당국의 일정한 개입이 이뤄지는 공동의 규제(Coregulation) 이슈로 바뀌고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개별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에따라 망중립성이 다르게 논의되어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방대한 땅더어리에다 아직 초고속인터넷 보급도 우리보다 뒤지는 미국에서 넷플릭스와 컴캐스트간 합의를 좁은 영토에 인터넷보급율이 100%에 가까운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할수는 없다는 겁니다. 미국의 통신규제 환경과 역사적 특수성이 반영된 판결을 한국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망중립성이라는 용어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망중립성은 미국의 법학자들이 만든것으로 사회적 재산인 망을 중립적으로 이용하자는 뜻이지만 오히려 공정하고 합리적 이용을 위한다는 취지를 보면, '망공정성'이 더 맞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논란이 적지않습니다. 지난 2012년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전격차단한일이나 네이버의 3G모바일프로야구 중계가 무산된 일, 다음 마이피플이나 카카오톡의 인터넷전화 서비스가 원인불명의 품질논란을 겪었던일 등이 대표적입니다. 망중립성 이슈를 둘러싼 업계간 갈등은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만의 망중립성에 대한 원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망중립성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항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땜질식으로 사업자간 조율을 요구하는 정부의 방식으로는 곤란합니다. 이제라도 IT생태계의 활성화와 사업자간 공정한 망의 활용, 소비자 후생증대라는 대의에 맞는 우리 스스로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 좀 더 머리를 맞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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