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명에 납세 안내했더니 '1.8%'만 자진신고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4.03.04 06:22

[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13>임대소득 현황파악 못해…"세제개편 필요"

 "현재 정부는 서울 강남에 집 10채 가지고 고액의 임대소득을 올려도 자신신고하지 않으면 세금 납부 여부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요. 집주인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해마다 세금을 내라고 안내문만 보내면 뭐합니까. 안내문도 세금으로 만들 텐데 안내문을 보내놓고 조사하지 않는다는 게 도통 이해가 안돼요."

 정부의 부실한 민간 임대사업자 관리로 전·월세시장이 '조세 사각지대'에 머물면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많은 월세 세입자가 법에서 정한 월세 소득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음성화된 조세 현실에서 비롯된 부작용 중 하나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등록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임의규정이어서 전·월세 임대차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파악할 수 없다보니 세금납부를 강제할 수도 없다. 결국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납세안내 '34만명'…순수 자진신고 '6000명'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종학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주택임대소득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한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와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주택임대소득 신고안내를 한 인원은 34만여명이었다.

 이중 종합소득세 신고시 주택임대소득을 자진신고한 인원은 8만3000여명이었다. 주택임대사업 등록자 7만7000여명을 포함해서다. 즉 주택임대사업 등록자가 아닌 자진신고자는 6000여명(1.8%)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신고안내를 받고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25만7000여명의 주택임대소득자는 얼마나 세금추징을 당했을까. 징세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과세대상에서 빠진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수를 파악하기 매우 어려워 일일이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한 세금추징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할 것을 강요하는 '불편한 진실'"

 정부는 월세가구 증가에 발맞춰 민간 임대주택공급과 세제 혜택을 늘릴 방침이지만 이같은 상황에선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한 세무사는 "세입자가 월세소득공제를 받아 집주인 세원이 노출돼도 안내문만 보낼 뿐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아 세금추징을 사실상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세무사는 "전·월셋값 폭등으로 임차인인 서민·중산층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부동산 임대 고소득자들의 정확한 현황을 모르는 것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행법상 임대소득에 대해선 종합소득세 납부대상이 돼도 사업자등록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서다. 결국 납세자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방식으로 임대했는지 알 수 없고 일일이 주택 전수조사를 할 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결국 민간 임대시장이 활성화되고 전·월세시장이 안정화하려면 우선 집주인에게 투명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의 월세소득공제제도 등 서민주거안정대책도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월세 소득공제 등 서민주거안정대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전·월세시장의 음성화된 관행 때문"이라며 "서민주거안정과 정부의 효과적 대책 마련을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임대소득 분리과세 등 파격적 세제 혜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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