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주권거래 보고제

머니투데이 왕현정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 | 2014.02.26 07:00

[머니디렉터]

↑왕현정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세무전문위원
법은 멀고도 가깝다. 그 중 세법은 난이도가 높아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반해 현실에서 가장 빈번하게 부대끼는 법 중 하나다. 그럼에도 무심결에 한 행동 때문에 과세로 연결되고 그로 인한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개정되거나 신설되는 세법 내용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경우 과세내용과 그 여파를 세세히 파악하기 어려운 납세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이러한 것 중 하나가 주권거래보고제도이다.

상장주식이라도 장외 양도하면 양도소득세 신고대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거래하면 과세가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 대주주만 아니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상장 주식을 장외로 매매한다면? 양도소득세 자진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자진해서 신고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알고도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외 양도가 과세대상인지 모르고 안 하는 사람도 제법 된다. 아마도 상장주식은 무조건 과세되지 않는다는 부정확한 인지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의도가 어찌 됐든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매매하는 경우 그 사실은 본인이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다. 그 사실이 양도소득세 대상이 된다는 것만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자진신고를 기다리다 지친 것일까? 장외 양도에 대한 무신고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묘안을 짜냈다. 그게 바로 주권거래보고다.

주식을 대체한 사유가 양도면 주권거래보고제도의 대상이 된다

주권거래보고제도는 2013년 신설된 제도다. 개인간 주식 장외거래 내역에 대해 국세청이 보고를 받겠다는 취지다. 개인간 주식을 대체하고 주식가액을 현금으로 이체 받았다면 이는 유상거래인 양도이므로 그 명단을 보고해야 한다.

누가 보고해야 하는가? 바로 개인의 금융계좌를 관리하고 있는 증권회사다.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장외로 거래하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장외로 양도하는 주식은 증권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계좌로 파악되므로 국세청에 보고할 당사자로는 제격이다.

따라서 증권회사는 장외로 계좌간 대체한 주식에 대해 고객에게 그 사유가 유상거래인지 아닌지를 물어야 하고 유상거래이면 보고한다고 통보를 해야 한다. 이제 꼼짝없이 장외 양도 분은 보고되게 생겼다.

주권거래보고는 실효성이 있을까?

양도면 어떤 세무문제가 발생하게 되는가? 이 제도는 증권거래세법에 규정돼있다. 만약 실질적인 장외 양도가 맞다면 양도가액에 증권거래세율(0.5%)를 적용해 증권거래세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증권거래세 자체는 큰 금액이 되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선 이쯤이야 걸리면 내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증권거래세만 과세하자고 해당 제도가 신설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권거래세 대상이라는 것은 유상 이전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양도이고, 양도소득세 자진신고납부로 이어진다.

이것을 유추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현재의 과세 분위기와 맞물린다. 납세자 스스로 양도라고 시인하면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정당한 세원포착을 하게 되고, 과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진다.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그러나 주식대체는 했지만 양도거래는 아닌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유상이전이 아니라면 증권거래세법 상 보고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점을 알게 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이 양도가 맞는데도 증권회사가 확인할 때 양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 증권회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증권회사에서 주식을 대체하고 대금은 현금으로 받았거나 은행 계좌를 통해 이체 받았을 수도 있다. 증권회사 계좌에선 주식이 나간 흔적만 있고, 양도대금의 흔적은 고객이 시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고객이 주식대체는 했지만 양도는 아니라고 하면 유상거래에 대해 성실히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증권회사가 유도심문이라도 해야 하나? 무슨 권리로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즉 개인간 주식 대체 목적에 대해 증권회사가 개입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국 이 제도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보고를 꺼리는 고객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증권회사는 서로 생채기를 내는 수준이고, 국가는 실익을 챙기려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증권회사를 두 번 죽이는 진퇴양난의 상황

앞서 증권회사는 고객이 자신의 재산인 주식을 대체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 고객이 무슨 이유에서든지 주식을 타인계좌로 대체해버리면 사후에 증권회사는 그 사유를 물은 뒤 양도라고 시인한 고객의 명단만을 국세청에 넘겨야 한다.

여기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한다. 고객은 대체한 사유를 쉽게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유를 묻는 증권회사에 느닷없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고 역정을 내기 마련이다.

게다가 증권회사 입장에서는 보고대상자가 되는 고객에게 발생하게 될 세무리스크가 무엇일지 예측할 수 없고, 섣부르게 예측해서도 안 된다. 세무전문가 입장에서야 짚이는 바가 있으나 증권회사는 세금과 관련해 추측성 발언을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명확하지 않은 과세내용을 언급해 고객에 심리적 위해를 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듯 그저 고객의 분노를 받아내야만 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대체 사유가 반드시 유상거래인 양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주권거래보고제도는 증권거래세법에 명시된 내용이며, 유상거래에 대해서만 보고하게 돼있다. 만약 양도가 아니라면 보고할 필요가 없는 제도이고, 이 사실을 상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증권회사에 대해 고객은 더 분노한다.

굳이 보고할 필요도 없는 상황에 있는 자신을 증권회사가 알아서 보호할 생각은 안 하고 대체 사유를 캐려 한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법이 시켜 하는 일인데 욕만 먹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권거래보고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면 대체를 하지 말아라

주권거래보고제도가 실효성이 있든 없든 이 제도의 신설은 과세당국이 처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과세와 관련해 불필요한 제도는 없다. 모든 세법 상 제도는 과세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제도 정비는 그런 측면에서 국가의 과세방향을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과거에도 분명 주식대체거래는 있었다. 과거에 비해 주식대체거래가 빈번하거나 급증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체거래를 문제 삼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대체거래로 인한 숨은 세원을 포착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원하는 만큼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 가능할까? 필자 생각에는 장외양도거래로 인한 주식 양도소득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제도를 신설하게 된 것은 그만큼 정당한 세수확보를 향한 국가입장이 절박하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지난해 세수 부족액이 8조5000억원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 과세당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엔 등한시 했던 영역까지도 세밀히 점검하는 과세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늘 당부하는 말이지만 과세당국에 빌미를 주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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