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년 계획'…무엇이 진본(眞本)인가요?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 2014.02.25 15:07

[박재범의 브리핑룸]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서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겠다"(1월 6일 신년구상)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우리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대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2월25일 담화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시작과 끝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한마디로 수미쌍관인데 내용을 보면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3개년 계획에 가깝다. 하지만 이 구도가 3개년 계획의 개운치 않은 마무리를 만들었다.

시작부터 박 대통령이 내질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3개년 계획 구상을 처음 접했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정신없이 달렸다. 1주일만에 3개년 계획 기본 방향을 잡고 부처별 작성 지침을 하달했다.

3대 추진전략은 이때 골격을 세웠다. 곧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합동 작업반을 구성, 구체 과제를 정리해갔다.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업 관련 TF도 별도로 진행했다. 정부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2년치 언론 보도를 섭렵했다. 언론이 다룬 기획 기사가 우리 경제의 주요 이슈라는 판단에서다.

이슈를 정리한 뒤 실행 계획을 구체화했다. 기재부 국·과장들과 사무관들은 매일 밤을 새며 작업에 몰두했다. 문제는 정리됐고 답안지 작성을 1월 하순 시작했다. 추상적 과제들을 제거하거나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선 세제, 예산 등 주요 정책 수단 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설 연휴 기간 중 하루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이 실·국장들을 불러 모았다. 연휴인 탓에 한가롭게(?) 토론이 진행됐다. 2차 소집은 2월 초순 평일 이뤄졌다. 세종청사에서 모여 실행과제를 다듬었다. 2월 15일 토요일 오후 마지막으로 모였다. 발표 시점(25일)이 정해진 만큼 최종 토론의 자리였다. 마라톤회의가 이어졌다. 회의가 끝난 시간은 일요일 새벽 4시였다.


정부는 문서 작업에 돌입, 요약본과 상세 자료 등을 만들었다. 요약 자료를 토대로 사전 브리핑도 진행했다. 정부 입장에선 사실상 손을 턴 셈이었다. 하지만 발표를 닷새 앞둔 20일부터 기류가 변했다. 실무진은 작업에 재착수했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의 문제라는 얘기가 돌았다.

결국 틀과 형식이 변했다. 정부는 전통적 방식으로 준비했다. '요약 자료→사전 브리핑→상세자료→정식회의→공식브리핑'의 수순이었다. 과거 대부분의 중요 대책은 이렇게 발표됐다. 하지만 이 스텝이 꼬였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형식이 강조되면서다. 두터운 책자 대신 대통령 담화문이 주메뉴가 됐다. 박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에야 기재부는 담화문 관련 참고자료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3개년 계획 상세본은 빛을 보지 못했고 미리 배포한 요약본은 소장 가치가 있는 문건이 됐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박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원전(原典)' '진본(眞本)이 무엇인지는 명확치 않다. '담화문=3개년 계획'이라고 정부는 밝혔지만 요약본에 담긴 과제중 일부는 왜 3개년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분류 기준이라면 담화문에서 '말씀'하셨는가 여부 뿐이다.

3개년 계획 작성에 나선 실무진들도 혼란에 빠졌다. 난임부부 지원, 야간 달러선물시장 개설 과제처럼 담화문에 담기지 않았지만 요약본에 서술된 과제는 3개년 계획에서 빠져는데 그렇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혼란스럽다. 개운치 않은 소치올림픽을 빗댄 '소치스럽다'는 말이 적합한 상황이다. 이런 혼란으로 50일 동안 생고생한 실무진들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게 된 것도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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