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멘토 비결? 사업계획서 대신 고민듣죠"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방윤영 인턴기자 | 2014.02.26 06:05

[피플]벤처1세대 멘토링센터 '베스트 멘토'로 뽑힌 최대양 멘토

최대양 멘토/ 사진=벤처1세대 멘토링센터 제공
"저는 멘티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 참 부끄럽습니다"

벤처1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벤처1세대 멘토링센터'의 최대양 멘토(52)는 15명의 멘토들 중 '베스트 멘토'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는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최 멘토는 2000년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 IPv6 개발업체 '아이비트'를 창업한 벤처 1세대이자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멘토링센터에서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최 멘토는 베스트 멘토답게 별도의 애칭이 있다. 바로 '감성멘토'다.

최 멘토는 베스트 멘토로 뽑히고 감성멘토라는 애칭이 생긴 데 대해 "창업가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마땅치 않는데 멘토가 적극적으로 들어주니 자연스럽게 힐링이 돼 고맙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멘토의 멘토링은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그는 "사업계획서는 제쳐두고 멘티들의 꿈, 창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 걱정거리 등 진솔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다"고 말했다. 사업성을 평가하는 기존 멘토링 방식과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이다.

그는 이어 "사업계획서 평가는 나중 문제"라며 "어떤 역경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사업 철학이 있는지 스스로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최 멘토는 멘토와 멘티 사이에 진솔한 대화가 오고 가기 위해서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멘토가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멘티들도 마음을 열고 조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멘토는 멘티들과의 첫 만남에서 '30년째 지켜온 약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고교 시절, 10년 뒤 부산 용두산 공원에서 다시 만나자고 학우들과 약속했다. 다들 무심코 넘겨 버렸지만 최 멘토는 매 10년마다 한결같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중요한 집안 행사가 있어도, 아들 대학 합격 발표일에도 예외는 없었다.


"왜?"라고 물으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약속했으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 사이의 신뢰를 중요시 여겨온 최 멘토의 가치관은 감성멘토, 또 베스트 멘토로 활약하는 데 커다란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 멘토는 멘티들이 사업 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실패담도 주저 없이 공유한다.

그는 LG정보통신원(현 LG전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아이비트'를 창업한 이야기에서 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사용자 수요로 현재 주소 체계인 IPv4가 고갈될 것이란 예측에 창업을 시작했지만 IPv6 시장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템임에도 확고한 사업 철학으로 15억원의 투자를 받은 이야기, 극적으로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킨 이야기 등 성공과 실패담을 멘티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멘티들에게 사업 철학이 뭔지 파악하게 해주는 데에는 백마디 조언보다 생생한 체험담이 더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부터 최 멘토가 멘토링한 멘티들은 50명이 넘는다. 보통 한 명의 멘토는 담임선생님처럼 6개월간 멘티 2팀을 전담하는데, 최 멘토은 따로 제한을 두고 않고 청년 창업가들이 원하면 모두에게 전담 멘토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픈멘토링(일회성)을 했던 대학생 예비창업가 2명이 지속적으로 멘토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자 최 멘토는 흔쾌히 전담멘토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창업아이디어경진대회 참가자 김태성 학생에게는 '언제든 도와주겠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듬해 김씨는 빅데이터 기반 광고 솔루션 벤처기업 '뉴른'(neurnn)의 창업가가 되어 최 멘토를 다시 찾아왔다.

"정말 감사합니다"부터 "이런 멘토링은 처음이었습니다", "감동받았습니다"까지 최 멘토의 휴대전화에는 멘티들이 보낸 장문의 문자로 가득하다. 최 멘토의 음력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멘티, 설날 전날 사과와 배를 들고 찾아온 멘티도 있다.

최 멘토는 "제가 생각하는 멘토와 멘티는 평생을 함께하는 관계"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어 "이제는 멘티들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며 "벤처1세대 멘토링센터는 전액 무료인 만큼 많은 이들이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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