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 변호인-증거조작 의혹, 공권력 평행이론

머니투데이 이하늘 기자 | 2014.02.25 06:29
지난해 12월19일 개봉한 변호인. 1981년 공권력이 부산지역에서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등 22명을 불법감금하고 고문해 유죄를 받게 한 '부림사건'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공권력 남용의 문제점을 오늘날 다시 환기시켰다.

누적관객 1136만 6740명(23일)이 영화관을 찾은 것도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문제를 제기하는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변호인 열풍이 한창인 지난 13일 부림사건 당사자들은 재심에서 33년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검찰은 지난 20일 대법원에 상고를 결정했다.

1991년 유서대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강기훈씨 역시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19일 상고를 결정했다.

재심판결은 어지간해서 뒤집히지 않는다는 사례가 있음에도 검찰이 굵직한 과거 공안사건에 대한 상고를 이어가고 있는 것.

수십년 전 공안판결이 잘못됐다는 재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평행이론처럼 과거의 사례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이 그것이다. 33년 전 여러 공권력이 하나로 뭉쳐 부림사건을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국정원과 검찰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정부가 관련문서의 위조사실을 확인했지만 검찰은 위조범죄를 수사하지 않고,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 국정원 역시 문서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내용의 진위를 떠나 공권력이 증거에 과도하게 관여했다는 정황은 중국 대사관의 사실확인 이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사돼야 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이들을 옭죄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국익훼손'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실세가 기자회견을 통해 "위조가 아니라 중국 공안당국의 방첩사건"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국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17세기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은 자신의 재산·생명·자유를 지키기 위해 계약을 맺고 국가를 형성했다"며 "지배자가 위탁받은 권한의 한계를 넘으면 이에 반항하는 것은 시민의 자연권"이라고 말했다. 국익이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권리 위에 있지 않다는 말이다.

아울러 현재 공안사건에서 일부 세력이 말하는 국익이 과연 진정한 국익인지도 되짚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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