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닦는거냐?"하더니 올림픽 후엔 "아 컬링!"

머니투데이 이슈팀 문해인 기자 | 2014.02.24 06:01

여자 컬링 '사관학교', 성신여대 컬링팀 선수단 인터뷰

성신여대 컬링팀 (왼쪽부터) 김세미, 강수연, 신현호, 정미연, 염윤정 선수 /사진=성신여대 컬링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스포츠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종목 가운데 하나는 '컬링'이다. 올림픽 첫 출전한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3승 6패로 결국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여자 컬링대표팀 뒤에는 성신여대가 있었다. 여자 컬링대표팀 5명 가운데 4명이 성신여대 컬링팀 출신이다. 선배들의 첫 걸음에 이어 4년 후 평창에서의 두 번째 걸음을 준비하고 있는 성신여대 컬링팀 염윤정(26), 정미연(24), 강수연(21), 신현호(20) 선수를 태릉 컬링장에서 만났다.

"제가 컬링 선수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컬링'이 오르는 건 (이번 올림픽 때) 처음 봤어요. 컬링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정미연 선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온갖 '설움'(?)을 겪었던 신현호 선수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단비'와도 같았다.

"예전에는 컬링 브러쉬를 들고 지하철에 타면 꼭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이냐? 유리창 닦는 거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 올림픽 이후로는 (스와핑하는) 손짓만 해도 뭔지 아시더라구요."

1995년 창설된 성신여대 컬링팀은 2012년 숭실대에서 여자 컬링팀을 창설하기 전까지 국내 유일한 여자 대학 컬링팀이었다. 때문에 컬링 국가대표를 선발한 1997년 이후 성신여대 컬링팀은 국가대표 선수를 '싹쓸이'하다시피하며 여자 컬링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왔다.

'컬링 명문'의 명성에 걸맞게 성신여대 컬링팀 선수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컬링 선수로 활동해온 베테랑들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양초등학교 컬링팀에서 처음 컬링을 시작한 정미연 선수는 올해로 벌써 컬링 14년차다.

희소 종목인 컬링을 하는 데 대해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강수연 선수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공부를 하길 원하셨어요. 그렇지만 컬링이 너무 재미있어서 부모님을 계속 설득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그때 설득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세요."

선수들은 무엇보다 마음껏 훈련할 수 없는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 컬링장은 현재 태릉과 경북 의성에 2곳뿐이다. 서울과 경인 지역의 모든 선수들은 3레인뿐인 태릉 컬링장에서 연습해야 한다.

성신여대 컬링팀 선수들이 태릉 컬링장에서 제대로 훈련할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은 매년 9월부터 4월까지 일주일에 2시간씩 3일 정도 뿐이다. 그마저도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만 가능하다.

주장을 맡고 있는 염윤정 선수는 후배 선수들의 진로 문제를 걱정했다.

"전국에 여자 실업팀이 3곳밖에 없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컬링을 하다가 실업팀에 못 간 선수들은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어야 해요. 대표팀의 이슬비 선수가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했던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여자 컬링 실업팀은 경기도청, 경북도청, 전북도청 3곳뿐이다. 남자팀은 경북도청과 강원도청 2곳뿐으로 더욱 열악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 미성 언니(신미성)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미성 언니가 37살에 올림픽에 나갔잖아요. 저도 4년 뒤면 31살이 되는데 그때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당찬 포부를 밝힌 염윤정 선수의 4년 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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