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근절' 외쳤지만 실상은 '여전'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4.02.23 13:05

[박근혜 정부 1년]

국내 공기업 기관장과 소속 임원의 임기는 해당 기관의 정관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런 임기제도가 제대로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인사가 대통령 선거 직후 논공행상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정권창출에 기여한 공으로 공기업 기관장이나 간부로 내려간 인사들도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기 일쑤였다.

전문성과 해당 분야의 경력 등이 전혀 무시된 이같은 인사는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관행으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공기업 기관장 인사는 '대선직후' 라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민들에게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근절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만큼 낙하산 인사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같은 비정상적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역시나' 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1년동안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7곳을 포함해 모두 304곳에 이르는 공공기관에는 친박(親朴) 인사,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 캠프출신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판을 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기안전공사 신임 사장에 임명한 이상권 전 새누리당 의원은 부장검사 출신이다.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 대표의 경선대책위 인천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한 '친박'인사로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에너지분야 관련 활동은 전무한 상태지만 朴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취임한 김성회 새누리당 전 의원 역시 비전문가 출신이다. 김 사장은 지난 해 치러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때 서청원 의원에게 공천자리를 양보하면서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3선의원 출신인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차지했다. 16대,17대,18대에 이르기까지 내리 당선된 김 사장은 지난 18대 대선당시 중앙선대위 유세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주요 공기업 상임감사, 사외이사 등에도 '낙하산'이 잇따랐다.

한국전력공사는 친박계인 이강희 의원,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인사를 사외이사에 무더기로 앉혔다. 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경선후보 서울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한 안홍렬 변호사를 상임감사에 임명했다. 안 변호사는 새누리당 서울 강북을 당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감사에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서산태안선거대책위원장이 낙점됐다.예금보험 업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전무하지만 새누리당 충남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대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된 정송학 전 새누리당 서울광진갑 당원협의회장, 기술보증기금 상임감사로 취임한 박대해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에 집중됐다면 박 정부 출범이후에는 상임감사, 사외이사 등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뒤늦게 공기업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4년도 업무보고회'에서 공공기관의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 소위'를 구성해 기관장과 임원, 감사 등 직위별 자격요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치권 연줄을 통해 이뤄지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낙하산 인사가 논공행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역대 정권에서도 낙하산 방지책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지만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의 임기가 3년과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낙하산 차단책은 다음 정부에서나 효력을 기대할 수 있어 벌써부터 정책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방지책이 세부적으로 마련될 경우 공공기관 정상화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당분야의 경력 등 구체적인 임원 자격 기준을 마련하게 되면 앞으로 낙하산 인사 시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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