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 법정서 희비 엇갈린 대기업 그룹 총수들

머니투데이 법조팀(김만배·이하늘·이태성·류지민·김정주 기자)  | 2014.02.16 12:03

[서초동 살롱 <1>]3명의 그룹 총수, 선고결과 엇갈린 배경은?

편집자주 | 굵직한 정치이슈부터 좀도둑 등 규모가 적은 민생범죄까지... 법원과 검찰에서는 하루에도 수천건에 달하는 법적공방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그 배경과 법리적 근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법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이에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은 매주 화제가 된 법적 사건을 선정, 이를 풀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김승연 한화 회장, 구자원 LIG 회장, 이재현 CJ 회장(왼쪽부터)
지난 주는 재계의 관심이 서초동으로 쏠렸습니다. 지난 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 회장, 14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에 대한 선고가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단 한화는 김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2010년 8월부터 3년 6개월간 이어져 온 기나긴 송사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아직 검찰의 재상고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한 번 파기환송된 사건이어서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김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한화는 오너 공백 기간이 1년 반 이상 이어지면서 신사업 진행이나 투자 등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김 회장이 구속되기 전 수주에 성공했던 이라크 신도시 사업과 사운을 걸고 추진해온 태양광 사업 모두 답보상태입니다. 김 회장의 빠른 복귀가 점쳐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침상에 누워 재판을 받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집행유예 역시 건강이 영향을 미친 만큼 너무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꾀병 논란'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구 회장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구 회장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구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반면 두 아들이 모두 실형을 받고 수감됐기 때문입니다.

여론은 같은 날 집행유예로 풀려난 두 회장의 재판 결과를 놓고 대기업 그룹의 경제범죄 엄단 기조가 집권 2년차 만에 벌써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정권 초기 일종의 '군기잡기' 시기를 끝내고 정부와 재계가 다시 공생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특히 감형사유로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피해가 회복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김승연 회장은 배임액으로 잠정 집계된 1597억원 전액을 공탁했고, 구자원 회장 역시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인한 피해액 대부분을 배상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감형의 근거로 삼았다는 비판입니다. 손해배상이나 피해구제는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문제가 될 때만 돈으로 무마한다는 것입니다. 돈으로 집행유예를 산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김 회장과 구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같은 재판부입니다. 재판장인 김기정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 판사는 토막살인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 관련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오원춘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 판결에 상고를 신청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상고장을 제출하며 반발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까지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으니 국민의 법 감정을 건드린 판결인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1심에 비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항소심의 특성은 고려할 부분입니다.

한편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무시했다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대법원은 횡령 및 배임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감경요소를 감안해도 징역 4~7년을 선고토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강제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입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해 1585억원의 배임액을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김 회장은 과거 폭행사건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형법 37조의 '후단 경합범'에 해당돼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이날 재판결과를 놓고 재벌 양형공식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많았는데요. 지난 14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수백억원의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런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습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해 신장 이식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 포탈한 조세를 모두 납부하고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가 선고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앞서 김 회장과 구 회장이 동일한 사유로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솜방망이 처벌이 부활했다는 시각을 의식해서인지 예상을 깨고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선고 후 법정 안을 가득 메운 CJ그룹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몇몇 가족들은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아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입니다. 아직 항소심도 남아있습니다.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울고, 또 한 명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판결문을 받아든 채로 세 명의 대기업 그룹총수들은 서초동을 떠났습니다. 이제 가장 가슴을 졸이는 사람은 이달 말 대법원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 회장의 판결결과가 엇갈린 만큼 더더욱 최종선고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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