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꽃피는 창조경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 2014.02.14 06:29

[송기용의 北京日記]알리바바, 시장창조로 블루오션 만들어

베이징에 사는 마링(馬玲·28)은 춘지에(春節) 연휴를 이용해 열흘간 스페인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여행을 혐오하는 신세대 요우커(遊客)인 그녀는 다음 여행을 위해 위에바오(余額寶)라는 금융상품에 가입했다. 회사채, 국채에 투자하는 일종의 머니마켓펀드(MMF)인 이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데다 중국 시중은행 예금 금리(연 3.3%)의 두 배에 가까운 6%대의 수익을 돌려준다.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가입할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위에바오는 자산규모 세계 1위인 공상은행 등 중국 은행들이 만든 상품이 아니다. 알리바바(阿里巴巴)라는 전자상거래기업이 만든 온라인 금융상품이다. 타오바오, 티몰 등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쇼핑몰의 자금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계좌에서 돈을 꺼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국 내 등록고객 수만 5억 명이라는 알리바바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6월 출시된 위에바오는 반년여 만에 가입자 4900만 명, 유치 자금 400억 달러(약 43조원)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MMF로 떠올랐다.

위에바오의 고금리 매력에 끌려 기존 은행 예금자금이 대거 이탈했다. 위에바오의 폭발적 성장에 놀란 일부에서는 그림자금융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이 취급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말하는 그림자금융은 그 규모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정도인 15조 위안(약 2625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위에바오가 알리바바는 물론 중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모두 윈윈의 결과를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관치금융에 물든 중국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종전보다 높은 금리를 받는 소비자들의 혜택은 기본이다.

특히 제조업 성장둔화를 금융 등 서비스산업으로 돌파하려는 중국 당국에게 위에바오는 제대로 된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단행된 대출금리 전면자유화 등 당국의 금융시장 개방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영기업 특유의 느림보 대응을 하던 시중은행들이 금리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투자 프로그램 개발, 문자서비스 강화 등 정신이 번쩍 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에바오는 금리자유화라는 당국의 규제철폐를 이용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사례인데, 알리바바의 시장창조는 위에바오 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11일, '1'이 4개 겹쳐있어서 '솔로들의 날'로 불리는 이날 하루 동안 알리바바의 인터넷쇼핑몰은 351억9000만 위안(한화 6조1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13억 인구가 사는 중국의 하루 소매판매액이 693억 위안인데, 단일 업체 판매액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알리바바가 2009년 대대적인 세일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 장난스러운 기념일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전 국민이 열광하는 '쇼핑데이'로 바뀐 것이다. 중국의 낙후된 유통구조를 깨뜨린 알리바바를 향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지난해 매출 1조 위안(175조)을 돌파해 이베이, 아마존을 누르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알리바바는 올해 미국시장 진출과 2000억 달러(212조)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창조와 이를 통한 고용창출은 현 정부의 최고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목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이 지나도록 실체가 보이지 않는 창조경제가 중국 대륙에서 알리바바에 의해 꽃피우고 있다. 정작 한국 기업들은 성장이 정체된 레드오션에서 국내 소비자들만 쥐어짜고 있다. 한국의 알리바바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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