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놀러왔다가 이런 풍광에 반해 펜션을 짓고 눌러앉는 '제주 귀촌민'이 많아서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해안도로에 위치한 펜션 '준타하우스'도 이중 하나다.
'준타하우스'를 운영하는 박진수(59)·최연자(57) 부부(사진)가 제주에 내려온 것은 2012년 7월. 이후 꼬박 1년 동안 새 보금자리인 '준타하우스'를 지어 2013년 6월 완공하고 2013년 8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이제 6개월 영업한 셈이다.
박진수씨는 "제주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여행을 좋아해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제주에 오기 전 땅을 본격적으로 알아본 것은 6개월 정도. 열댓 번을 내려왔으니 매월 2~3번은 오간 셈이다. 박씨는 "당시 알아볼 때와 비교해보면 토지매매 호가가 40~50%는 오른 것 같다"며 "하지만 실제로 매매거래가 성사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됐으니 성공 여부를 따지는 건 이르지만 투자금과 영업손익이 궁금했다. 박씨는 "내 또래에서 비교적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자식들 다 키우고 재산을 정리했을 때 10억~15억원 정도"라며 "우리도 11억~12억원 정도 들고 내려왔다"고 밝혔다.
우선 전망좋은 1700㎡(옛 514평)의 땅을 3.3㎡당 7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에도 80만~100만원이면 저렴한 수준이었는데 싸게 구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 3.3㎡당 120만원이던 호가가 현재 150만원까지 뛰었단다.
박씨는 "제주에 지인이 있어 이 토지가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됐는데 매우 운이 좋았다"며 "사고 보니 문중에서 문제가 된 땅이었는데 매매가 가능한 문중 사람과 만나 싸게 매입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건축비였다. 대부분 자재를 육지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에 육지보다 건축비가 10~15% 정도 더 든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박씨의 경우 건축면적 600㎡에 3층 건물을 지었는데 건축면적 3.3㎡당 420만원꼴로 건축비만 7억6000만원 정도 들었다. 여기에 토지 매입가 3억6000만원을 합하면 11억2000만원 정도를 투자한 셈이다. 한마디로 전재산을 투자한 것.
부인 최연자씨는 "지금은 초기 단계여서 매출이 들쑥날쑥하고 장비를 사들이는 게 많아 손익계산을 해본 적이 없다"며 "숙박업은 아직 잘 안되지만 1층 카페가 예상외로 잘돼 버는 돈을 재투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대상으로 숙박과 카페를 열었는데 오히려 수제파이와 커피가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주종마저 바뀌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돈을 벌려고 온 게 아니어서 무리하진 않는다. 지난 설 명절에도 손님을 받지 않고 쉬었다"고 말했다.
박진수·최연자 부부의 '제주 귀촌'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우선 부부가 제주생활에 매우 만족해 한다. 민박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아침식사 준비는 박씨의 몫인데 매일 요리연구에 재미가 한창이다. 펜션을 예술적으로 꾸미고 디자인한 것은 최씨의 솜씨다.
부부가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박씨는 "제주에 대한 로망을 갖고 내려온 베이비부머의 80~90%가 무리하게 투자해 1~2년을 못버티고 철수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제주는 돈을 벌려고 오면 안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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