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쌍용차 부정회계의 진실

머니투데이 김경율 참여연대 회계사 기자 | 2014.02.13 07:17

김경율 참여연대 회계사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간단한 회계문제다. 한번 풀어보시기 바란다.

제약회사 회계담당자 A는 당기 결산이 자칫 적자가 날 것을 두려워 해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만큼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하 직원에게 품명 Z를 보관하는 탱크에 유사한 다른 액체를 넣어 놓으라고 명령한다.

감사일인 12월 31일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 회사에 분식회계를 회계사 B가 도착해 재고실사를 하려 한다. A는 B에게 회사의 12월 31일 현재 2700개 품목이 들어있는 재고자산 명세를 제공하고 마음껏 표본을 추출하라고 한다.

B는 회계이론 상의 적정한 표본갯수 370개의 3배를 초과하는 1200개의 표본을 추출했고 모든 표본의 수량이 적절히 계상됐음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질문이다. B는 재고실사를 진행함에 있어 심각한 오류를 범했는데 무엇인가.

사실이자 정답은 A가 B에게 제공한 2700개의 품명이 기재된 재고자산 명세에 Z가 없었다는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즉 Z품목의 수량 적정성은 애시당초 B가 취한 절차로는 검증될 수 없었다. A는 시간이 지나 기말 감사시 B회계사에게 '부하직원 실수로 깜박 Z를 빠뜨렸다. 추가한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2014년 2월 7일에 있었던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무효판결이 화제이다. 일부에서는 재판과정에서 '회계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모 대학 C교수'의 쌍용차의 '손상차손은 합리적으로 계상'됐다는 감정보고서를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판과정에 참여했던 본인도 쌍용차측 법정 대리인으로부터 '법원이 선임한 세계 최고 수준의 회계전문가의 감정을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따끔하게 지적당한 바 있다.

법정에서 있었던 일, 또 C교수의 감정보고서를 부분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감정인 신문 도중 원고 측(해고자 측)의 신차종에 현금지출고정비를 배부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감정인은 그 당시에 신차종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몰랐다. 신차종명 C200도 오늘 여기에서 처음 듣는다"고 대답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의 감사조서는 '신차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 전부'를 누락해 유형자산손상차손을 과다하게 계상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놀랍게도 C교수의 감정보고서에서는 신차종이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감정보고서의 내용은 안진이 수행한 사칙연산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수준일 뿐인 것이다.

감사조서에 나타나지 않는, 누락했을 정보의 존재 가능성 등은 애초에 따지지 않았다. 감사조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신차종에서 발생하는 공헌이익 누락은 따져 보지도 않은 것이다.

또 안진이 제출한 감사조서들은 숫자가 곳곳에서 서로 맞지 않는다. 아울러 감사보고서 상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금액 5177억원이 감사조서에서는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이러한 차이들에 대해 C교수는 '양자의 차이는 1600만원입니다. 이 금액은 반올림 차이라고 생각' 된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나아가 2403억원의 차이에 대해 '미세한 숫자의 차이', '약간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2월 20일쯤 즉 1주일 뒤면 이번 사건에 대한 쌍용자동차 등의 공소시효가 지난다. 공소시효라 함은 그간에 겪었을 피의자의 고통 등을 감안해 그만하면 죄값을 치렀다는 취지다.

지난 5년을 돌이켜 보면 정작 끝없는 고통에 내던져지고 24명의 생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였다. 쌍용차 해고자들이다. 이분들의 얼굴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들에게 고통의 시효를 끝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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