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의 역사, 게임보니 보이네!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 2014.02.08 09:10

[겜엔스토리]<37>게임 OST의 세계-②

편집자주 | 게임보다 재밌다. 게임보다 흥미진진하다. '대박'친 자랑부터 '쪽박'찬 에피소드까지. 달달한 사랑이야기부터 날카로운 정책비판까지. 소설보다 방대한 게임의 세계관, 영화보다 화려한 게임의 그래픽, 첨단과학을 선도해가는 게임의 인공지능. '게임 엔지니어 스토리'는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킨 그들의 '뒷담화'를 알려드립니다.

게임음악 작곡에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게임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는 대중음악이 걷고 있는 길을 매번 한 발 먼저 걸어왔다. 패키지게임 시대를 거쳐 현재 모바일게임 음악까지, 하드웨어의 발전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곳이 게임분야이기에 게임음악 역시 다른 분야보다 한발 먼저 달려왔다.

1997년 '창세기전 서풍의광시곡'으로 게임음악 작곡가로 정식 데뷔한 박진배 작곡가는 지난 17년간 게임의 역사와 늘 함께했다. 박씨는 정식 데뷔 이전 학창 시절에도 PC통신 게임 동호회를 통해 게임음악을 만들었다.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음악은 피처폰 초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단음 수준의 음악이었다.

박씨가 정식으로 데뷔할 당시에는 게임업계에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과 PC용 패키지 게임, 가정용 비디오게임이 대세였다. 국내에서 제작하는 게임의 경우 대부분이 PC 패키지 게임이었으며 90년대 중후반 CD롬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고사양 CD게임이 등장하면서 게임 음악도 한층 발전했다.

PC패키지 게임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임을 모두 다 클리어하면 등장하는 엔딩장면. 게임 이용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이기에 게임 음악에 있어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게임 배경음부터 엔딩 장면까지 기승전결이 있는 앨범을 완성했다.

박씨는 "패키지 게임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며 "CD 1장 분량인 20곡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음악 앨범을 발매하는 것과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각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빠르게 발전한 분야는 PC온라인게임, 그 중에서도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였다. '라그나로크', '테일즈위버' 등 RPG(역할수행게임) 장르가 유행하며 게임에 더 이상 엔딩이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기승전결 방식의 게임 음악은 더 이상 작곡하기가 어려워졌다.

게임 음악 작곡가 ESTi(박진배)
게임 업데이트에 맞춰 음악도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디지털 음원을 발매하듯 지속적으로 음악을 만들어내야 했다. 90년대 가수들이 앨범을 내고 오랜 휴식 기간 끝에 다시 다음 앨범을 선보이는 것처럼 PC패키지 음악을 만들었다면, 이때부터는 휴식기 없이 한 곡, 한 곡 지치지 않고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2000년대 중반 들어 MMORPG가 점점 대형화되면서 게임 음악 역시도 스케일이 커졌다. 박씨도 MMORPG의 발전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음악 부분을 담당했던 박씨는 일본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양방언을 직접 찾아가게 된다.


박씨는 "양방언도 처음에는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의 단음 수준의 게임음악을 떠올리다가 영화 OST 수준의 대형 프로젝트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대형 프로젝트는 말뿐이 아니었다. 런던에서 직접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녹음했다. 런던심포니는 '반지의제왕', '해리포터', '스타워즈', '타이타닉' 등 세계 유명 영화 음악에 참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씨는 "MMORPG의 제작비가 높아 음악 역시도 영화 못지않은 멋지고 웅장한 음악을 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박씨가 찾아간 곳은 일본 유명 콘솔게임 제작사다. 콘솔게임 음악의 특징은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 게임 배경으로 음악이 숨기 보다는 음악 자체가 전면으로 등장해 당당히 게임의 요소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음악 배치도 가능했다.

2012년까지 PC온라인게임, 콘솔게임 관련 작곡을 계속하던 박씨는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 작곡을 맡고 있다. 게임의 대중화를 이룬 모바일게임은 박씨에게 있어 또 다른 도전이다. 박씨는 모바일게임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게임 음악이 더이상 백그라운드 음악이 아닌 전면으로 노출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MMORPG 시대의 게임 음악이 영화 음악과 유사했다면 모바일게임 시대에는 대중가요에 가깝게 됐다"며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이 게임 음악 저변도 넓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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