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쯤, 입학사정관인 나는 면접평가에서 학생들을 심사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소개서에 수많은 봉사활동들을 기입해 놓았다. 학생들에게는 각자 봉사활동의 진위를 묻기 위한 질문이 주어졌다. 그러데 그 중 한 학생의 대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봉사활동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 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봉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인 즉 봉사활동을 하면 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라고. 확신에 차 말하던 그녀의 눈망울을 잊을 수가 없다.
한 IT 회사의 CEO를 만났다. 그의 고민은 IT 기술자를 뽑을 때 자격증을 가진 소유자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은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 장비를 만지고 다뤄야 하는 기술자들이 시험에 나올 문제만을 달달 외워서 자격증을 딴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업을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술자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대학과 취업의 문턱이 높다는 현실이 반영된 왜곡된 사회현상일까? 그럼에도 시험을 위한 시험을 치르고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의 눈망울이 과연 봉사활동을 '주는 것이 아닌 받는 것'이라고 표현하던 그 아이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 "토익은 기술이다" 라는 식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광고가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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