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후 석달, 어느 8년차 택시기사의 하루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4.01.29 09:13

하루 13시간 근무… 사납금도 올라 하루수입 7000~8000원씩↓

올해로 8년째 법인 택시를 운전하는 김남우씨(57·가명). 새벽 3~4시에 귀가해 늦은 잠을 자고 오후 1시면 어김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일평균 근로시간은 14~15시간. 식사와 짧은 휴식시간을 제하고도 꼬박 12~13시간이상 일하고 있다.

주 6일을 꼬박 일해 월평균 근무일은 26일. 지난달에는 대학생 아들의 군대 입회를 보기 위해 하루 쉬자 사납금을 못내 미수금 7만원이 월급에서 깎였다. 택시운전을 시작한 후 만 7년만에 처음이다.

김씨는 오전-오후 2교대로 일하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대학생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혼자서 풀 타임으로 택시를 운전해왔다. 50대 후반의 김씨가 하루 15시간까지 달리는 이유다.

김씨가 근무하는 강서구 소재 A 택시회사엔 170여명의 기사들이 일하고 있다. 하루 근무시간이 많다보니 그간 김씨의 월급여는 동료들 평균(약 150만원)보다 많아 20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종일 운전해도 사납금을 채우고 나면 전보다 순수입이 하루 7000~8000원이 빈다. 월별로 환산하면 20만원이 마이너스다. 김씨로서는 한 달 용돈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큰 부담이다.

지난달 초 6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뒀다. 임단협 체결 후 월급은 약 23만원 올랐지만 사납금 부담은 하루 2만5000원으로 월 65만원이 늘어났다.

김씨는 다른 기사들과 달리 술에 만취한 손님을 제외하고는 승차거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승차거부를 하면서 장거리 손님만 태우기보다는 단거리라도 자주 손님을 태우는 게 체질적으로 맞다.


하지만 기본요금이 600원 인상된 후 단거리 손님이 확 줄었다. 빈 차로 운전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하루 소요되는 유류만 55~60리터.

임단협 후 회사에서 추가로 지원해주는 7리터는 없는 것보다 낫지만 김씨처럼 장거리를 운행하는 기사들에겐 수익보전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김씨의 회사는 타사 대비 기존 유류지원량이 3리터 많다보니 이번에 7리터만 늘려줬다).

수입은 줄었는데 승객들의 기대치는 더 높아졌다. 가끔씩 김씨도 승차거부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래도 어제는 지갑을 두고 왔다며 요금을 내지 않은 고객이 계좌로 택시비 1만원여원을 붙여줬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은 계좌번호를 알려줘도 택시비를 보내지 않는다.

60세가 가까워지면서 김씨는 밤 운전이 점점 두려워진다. 시력도 예전같지 않고 술 취한 고객을 상대하기도 버겁다. 몸이 아프거나 태만해져 사납금을 제대로 못 낸 동료들은 권고 해직을 당한 후 대리운전으로 전업하기도 한다.

김 씨는 "승차거부가 적발되면 과태료 20만원에 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루 임금과 과태료, 사납금 미수금까지 고려하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승차거부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엔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근무시간을 1시간가량 더 늘리고 있다는 김씨. 그는 "58년 개띠로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다.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몸 고생하는 건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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