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속의 무주, 진안, 장수를 합해 '무진장'이라고 합니다. 겨울이면 눈이 무진장 많이 오는 산골 오지라서 그렇게 불렸다는 설도 있지만 여하튼 한때 산업화와 거리가 먼 동네의 대명사이기도 했습니다. 또 무진장은 오래 전에 발표되었던 김승옥 작가의 소설집 '무진기행' 때문에 우리에게 더 친숙해져 '무진장 (오지)기행'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너무 오래 돼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는 없지만 1970년대에 어느 대학 교수가 전국의 텔레비전숫자를 조사를 한 결과 '장수군 통틀어 흑백TV 딱 한 대'라는 '카더라 뉴스'가 술자리의 안주로 올랐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만큼 '무진장'은 낙후된 시골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그 장수군의 상전벽해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해 제목대로 농가 70%가 중산층이 된 10년의 스토리입니다. 가축의 배설물을 수거해 유기농 퇴비를 만들어 땅을 기름지게 함으로써 친환경 농축산물을 수확하는 '순환농업정책'의 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농민들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고 너나없이 똘똘 뭉쳐 갖은 변수들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장수 사람들은 이제 지역 내에서 산업, 문화, 교육, 복지가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하는 '지역순환'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가업을 잇는 청년들'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전체 식량 자급률 23.6%'를 몹시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농촌의 한 영농조합이 80세 이상의 마을 어르신들께 매월 10만 원의 노령연금을 드리기로 했다는 '착한 복지' 뉴스에 덧붙여 드디어 농촌이 도시인들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가 싶은 마음에 얼른 읽었습니다.
◇농가 70% 중산층, 장수군의 비밀=황태규·박수진 지음. 굿플러스북 펴냄. 325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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