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값 인상대란 중심엔 '오리온 닥터유·마켓오'?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4.01.23 06:10

"고급화 명분으로 과도한 인상..업계에도 영향" 비난 여론..소비자 거부감 높아 매출 감소도

사진 = 오리온 홈페이지
수 십 년간 '초코파이'라는 장수제품으로 성장한 오리온이 2008년 일반 과자보다 비싼 프리미엄 과자로 새 변화를 일으켰다. 2008년 1월 '닥터유'를 내놓은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마켓오'까지 선보이며 과자 고급화를 주도했다. 오리온은 기존 장수 제품과 함께 닥터유와 마켓오를 3대축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닥터유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주치의였던 유태우 박사(당시 서울대 가정의학과)와 함께 '국민건강팀'을 구성해 공동 개발했다. 닥터유는 영양바(Bar) 신제품도 내놓았지만, 기존 초코파이나 다이제 등을 '닥터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도 병행했다. 마켓오도 계열 레스토랑의 이름을 따서 '무(無) 합성첨가물 과자'를 표방하고 나섰다.

2008년 식품업계에는 멜라민 파동이 거셌지만 이 두 브랜드는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는 웰빙 이미지로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프리미엄 과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 포화지방이나 나트륨·당류 함유량이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거세졌다. 내용물에 비해 과도한 포장도 논란거리였다. '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내용물 대비 포장 비율이 최대 5배에 달해 포장이 가장 부풀려진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재료 고급화라는 명분으로 과자 가격 전반이 들썩였다. 그동안 박리다매 수익구조로 고심하던 오리온으로선 프리미엄 과자는 가격을 올리기에 좋은 구실이었다.

실제 2010년 4월 오리온은 '닥터유 고단백 영양바'를 '닥터유 과일 담은 뷰티밸런스바'로 이름만 바꾸면서 소매점 판매가를 700원에서 1200원으로 71%나 올렸다. 이전까지는 유례가 없는 대대적인 인상폭이었다.

오리온은 영국 맥비티사의 '다이제스티브'와 기술제휴를 마쳐 '다이제'라는 독자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다. 이 다이제도 닥터유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2012년 5월 1200원이었던 오리지널 다이제는 닥터유에 편입되면서 1500원으로 25% 올랐다. 지난해 2월에는 또다시 1500원에서 2000원으로 33% 가격이 뛰었다. 9개월 만에 66%의 인상폭이다.

이 같은 인상폭은 식품업계 내부에서조차 납득하기 힘들다는 견해다. 제과업체들은 통상 2~3년을 주기로 10%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닥터유와 마켓오의 고급화를 빌미로 평균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제과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가격 인상 요인이 크지 않은데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2일 "최근 3년간 초코파이의 원재료 가격이 25원 변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품가격(1박스)은 3200원에서 4800원으로 1600원이나 뛰어 그 차이가 6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협의회 관계자는 "제과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3년간 원재료 시세는 대체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별 원재료의 가격 추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 약점을 이용해 손쉽게 가격을 올려 마진을 늘린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마켓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국내 한 편의점이 집계한 결과 마켓오의 2012년 매출은 전년대비 29% 감소했고, 2013년에도 전년보다 22%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켓오나 닥터유 같은 제품의 과도한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서서히 가격 저항을 하고 있다"며 "과대 포장이나 지나친 가격 인상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23억 갚으면 '10억 빚' 또…"더는 못 갚아줘" 박세리, 이유 있었다
  2. 2 "이게 살짝 난 상처인가요?" 아들 얼굴 본 아버지 '분통'
  3. 3 산소마스크 내려오고 승객들 코피 쏟고…대만행 대한항공편 긴급 회항
  4. 4 '처형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검찰 송치…선우은숙 측 녹취록 인정
  5. 5 절반이나 남아 생산라인 세웠다…재고 쌓인 전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