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불안감, 확산되는 '카드런'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4.01.21 12:20

스미싱 등 2차 피해 보상 어려워, '노인' 가장 위험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대형카드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수동 KB국민카드에 마련된 개인정보 비상상담실을 찾은 고객들이 번호표를 들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사진=뉴스1
21일 오전 10시 18분. 한산할 법한 시간인데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국민은행 한 지점 2인용 소파 8개에는 사람이 꽉 들어찼다. 대기인원 14명. 은행 직원이 다가와 "카드 재발급 건으로 왔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는 "재발급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불안하면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이 드러난 후 은행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은행 직원은 "어제보다 고객이 더 늘었고 당분간은 재발급 업무만 할 것 같다"며 "언론에서 계속 나오니 불안함이 커져서 고객 대부분이 재발급을 하러 온다"고 전했다.

'단순 입·출금' 고객들은 가계대출과 기업금융 창구로 가 업무를 봐야 할 정도로 '불안한 고객'이 가득했다. 재발급 동의서가 마련된 자리에도 사람이 들어차 줄을 서야 했다. 유출 정도와 위험성을 꼬치꼬치 묻는 고객 때문에 대기 시간은 길어졌다. 25분쯤을 대기하고도 카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데 20여분이 더 걸렸다.

고객 대부분은 카드 부정 사용 가능성 등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향후 일어날 수 있는 2차 피해를 우려했다.

모자 아래 희끗한 머리가 비치는 70대 노인은 "다 도둑 맞았잖아. 통장에 돈이 없더라도 다 도용해 쓸 수 있잖아요."라며 걱정했다. 은행 직원은 "고객 정보가 범죄에 쓰이지는 않았다"며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CVC 번호는 유출되지 않아 돈이 빠져나갈 염려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직원은 "휴대전화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하기도 했다.

유출된 고객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뿐 아니라 신용등급 및 연봉 등 개인적인 정보들이 무더기로 담겼다.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신용카드 발급을 취소하려 한다는 30대 남성은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르신들은 스미싱 등이 더 무서운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 50대 주부는 창구에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달라"면서 "통장도 새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은행 카드 3장을 갖고 있다는 윤모씨(30)는 "카드를 재발급 받는다고 해도 개인 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는 여전히 해야 한다"면서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던졌다.

은행 측은 스미싱 등 향후 일어날 수 있는 2차 피해는 보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 입구에 붙은 '고객정보 유출 대고객 안내자료'와는 다른 부분이었다. 공지에는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고객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 가운데 하나로 '고객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은행 관계자는 "스미싱 등 피해는 본인의 과실이 얼마큼 있었는지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보상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면서 "카드사에서 이야기 하는 보상은 카드 복제 등 직접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노인분들이 위험하다"면서 "알면서도 당하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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