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정보 '퍼주기', 실상은 "계열사 마케팅 돕기"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4.01.20 15:17

"정보 같이 쓰는데" 보안예산 '극 과 극'···국민銀 300억원, 타 계열사 수억원대

3개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의 파장이 더 많은 고객을 보유한 은행권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에서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고객정보까지 공유하다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일부 카드사의 정보유출이 초대형 사고로 연결된 것은 금융사간 만연한 정보공유 관행 때문이다.

"카드사 가입신청서에 쓰는 정보가 오로지 그 카드사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20일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간 개인정보 공유는 이미 법·제도로 허용돼 있고 "개인들도 금융사 이용 과정의 안내 및 약관 내용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금융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제휴를 맺고 영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사 및 계열사들이 "금융거래정보·개인신용정보·증권총액정보 등의 고객정보를 영업상 이용할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공 가능한 정보는 고객의 성명·주소·개인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등)·성별·국적 등 신상정보는 물론 대출·보증·담보·카드 등 거래내역, 재산·채무·소득·납세·유가증권 등 재무정보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과거 체크·직불카드 등 국민카드를 개설한 경험이 없고 은행계좌를 카드 결제용으로 이용하지 않았는데도 정보가 유출된 국민은행 고객들 중 다수도 이러한 정보공유의 대상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다 폭넓은 은행의 고객정보 '풀(pool)'이 계열 금융사에게 전화번호를 활용한 텔레마케팅 또는 신용정보를 활용한 대출상품판매 등으로 활용돼 왔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실제로 국민카드가 지난 2011년 국민은행으로부터 분리된 후 2년여 만에 체크카드 분야 '업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것도 국내 최대 개인고객을 보유한 국민은행과의 '시너지'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마케팅 등의 목적으로 카드사에서 은행의 고객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법·제도 상으로도 문제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영업형태"라며 "국민은행 고객 중 국민카드를 보유하지 않은 고객의 정보가 카드사에서 더 요긴하게 쓰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계열사간 고객정보 방지를 위한 '벽'의 높낮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처럼 은행이 정보를 잘 보관해도 카드사에서 보안에 구멍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뿐만 아니라 보험·증권·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로 은행 고객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계열사의 보안 예산 규모는 차이가 크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매년 최근 3년 간 매년 300억원 이상의 금융권 최대 규모 예산을 보안에 투자해 왔지만, 다른 계열사는 수억원~수십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에 대한 고객의 자기 결정권을 높이고, 금융 계열사간 정보 공유의 '칸막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금융권에선 이 같은 여론이 일방적인 고객정보 공유 축소로 수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계열사간 정보 공유는 회사의 마케팅 뿐만 아니라, 더욱 폭넓은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에 맞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순기능도 있다"며 "법·제도 개정을 통해 고객정보 공유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보다는 지주사 차원의 고객정보 보안 대책 마련과 각 계열사의 보안 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베스트 클릭

  1. 1 유재환 수법에 연예인도 당해…임형주 "돈 빌려 달라해서 송금"
  2. 2 "어버이날, 용돈 얼마 받고 싶으세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은
  3. 3 "딩크로 살래" 부부관계 피하던 남편…이혼한 아내 충격받은 사연
  4. 4 하루만에 13% 급락 반전…상장 첫날 "183억 매수" 개미들 '눈물'
  5. 5 '코인 천재' 아내, 26억 벌었다…명퇴 남편 "내가 요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