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오리온, 스포츠토토서 '情' 떼야

머니투데이 박창욱 문화부 선임기자 | 2014.01.20 05:52
인도의 '성자' 간디의 추모공원에는 그가 언론을 통해 지적했던 '7가지 사회악'이 새겨져 있다. 바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 인간성이 사라진 과학, 희생 없는 종교, 그리고 도덕성 없는 상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지도자 간디는 이런 사회악이 없는 건강하고 밝은 인도 사회를 꿈꾸었다.

그런데 막상 21세기 현재 한국 사회의 속모습도 간디의 지적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간디의 가르침을 새겨야 한다. 특히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에 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큰 우리 사회의 특성상 상행위의 도덕성, 요즘말로 기업 윤리는 다른 어떤 것들 이상으로 중요하게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다.

기업윤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비리가 벌어지면 건강한 자본주의 체계가 흔들리게 되고, 그야말로 천박한 '배금주의 사회'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배금주의 사회는 다른 중요한 사회적 가치까지 모두 연쇄적으로 무너뜨린다. 그런 측면에서 사행산업인 스포츠토토를 통해 경영진이 비리를 저지른 오리온의 경우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특히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경기 결과를 맞춰 당첨금을 받는 스포츠토토는 국민의 사행심을 토대로 운영되며, 발생한 수익금 가운데 4분의 1이 생활체육 육성 등 공익 목적에 쓰인다. 따라서 다른 어떤 사업보다 사업자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정부에게 수탁 받은 민간사업자가 확고한 기업 윤리를 갖고 있어야, 국민을 도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고 스포츠토토를 건전한 레저로 남도록 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체육 기금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오리온의 경영진은 스포츠토토를 통해 심각한 횡령비리를 저질러 국가에 손해를 끼쳤고, 사행산업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과 상처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직접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도록 하는 '공영화 법안'이 2012년 12월 발의됐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립과 혼란으로 인해 1년 이상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법안 통과를 기다리다 비리 전력기업에게 더 이상 스포츠토토 사업을 맡길 수 없어, 올 초 오리온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새 수탁사업자 선정에 나섰다.


그런데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횡령비리로 공영화 논의를 촉발시킨 당사자인 오리온이 별도 법인 설립이나 지분 참여 형태 등을 통해 스포츠토토 새 수탁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체육진흥공단에서 지난해 자체 실시한 감사에서 공단에 반환할 보증금을 지연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오리온 측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이로 인해 오리온을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새 사업자 공모에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오리온과 같은 비리 사건이 재발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에 의뢰해 만드는 '제안요청서'(RFP)에 새 수탁사업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 요건을 한층 더 엄격하게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민간 수탁사업자 선정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 한 채 철저하게 조달청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아무리 부도덕하더라도 특정한 기업의 자격을 입찰 전부터 미리 제한하는 경우에는 추후 민사 소송 등 부작용이 벌어질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오리온 측이 아무리 갖은 편법을 동원한다 해도 사회정의 차원이나 행정체계 상 다시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에 선정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리온은 한해 수백 억 원의 이익에만 눈멀어 사회적 공분을 살 행위를 더 이상 해선 안 된다.

'초코파이'로 인기를 얻었던 오리온이 계속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더 철저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자세를 사회에 보여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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