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안쓰는 '도로명주소'…"국민들만 써라?"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4.01.20 06:35

[황당한 도로명주소]중앙부처 장관 동정자료도 지번주소 그대로 사용

ⓒ김현정
 새 도로명주소 체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도로명주소가 '일반인들이 쓰기엔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고 정부는 홍보하지만 막상 정부공무원들도 전면 시행된 지 20일 가까이 지났지만 쓰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서승환 장관이 18일 오전 수원-광명고속도로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근로자들을 격려하고 건설현장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할 예정'이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때 건설현장 주소에 '경기 군포시 둔대동 198번지'라는 기존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다.

 안전행정부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 사이트(www.juso.go.kr)에 기존 주소를 검색해보면 손쉽게 '경기 군포시 호수로245번길 4-8'라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써온 주소를 버리고 생소한 새주소를 쓰라니 당연한 반응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http://rt.molit.go.kr)를 찾아봐도 아파트 등 모든 주택은 지번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읍·면·동을 입력한 후 해당 아파트를 찾아 검색하면 지번과 함께 실거래가가 검색되는 시스템이다. 새주소를 입력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국민들과 택배업체 직원들이 헷갈려 한다는 게 새주소체계에 대한 평가다. 도로명주소를 사용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집들이 떨어져 있어 새로 생긴 생소한 도로명이 너무 많아서다. 도로명 정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외국은 집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도로명주소를 사용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집 사이사이마다 도로가 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대로 가져다쓰는 건 사대주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도로명주소는 2011년 7월을 기해 전국적으로 일제히 고시돼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사용하는 것이 의무화됐고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1일부터 전면 사용됐다. 무려 2년5개월 유예를 준 것이다.

 국토부 한 공무원은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도 지번주소에 익숙해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며 "강제로라도 쓰게 했으면 어떻게든 썼을 텐데 계속 유예기간을 주다보니 혼란이 생긴 것같다"고 털어놨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도로명주소를 전면 시행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그나마 도로명주소를 쓰고 동이름을 병기할 수 있게 한 것이 대책이다.

 서울 용산에 사는 김모씨는 "좋은 것도 제대로 알려주고 얼마나 유용한지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들이 좋다하고 편리해 보이니 우리도 쓰자고 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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