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밥 먹었어?` `잘 지내지?`…삶과 죽음 잇는 `생명의 다리` 딜레마

뉴스1 제공  | 2014.01.16 14:55
= 서울 한강 다리 중 투신율이 가장 높은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자살대교' 혹은 '죽음의 교량'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얼마 전 이 두 다리는 '생명의 다리'로 거듭났다.

차가운 철골 난간에 시민과 사회 명사의 따뜻한 응원 메시지를 담은 이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는 '자살 시도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다리'라는 호평을 받으며 서울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여기에 아름다운 미관과 획기적인 아이디어 덕에 세계 굴지의 광고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하면서 '생명의 다리'의 유명세는 더해져 가고 있다.

◇'생명의 다리', 정말 '생명 살리는 다리'일까

하지만 자살 예방의 일환으로 마련된 두 '생명의 다리'에 대해 '형식적일 뿐', '전시효과밖에 거두지 못할 것', '사회 명사들의 메시지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 등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12년 '생명의 다리'가 처음 조성된 마포대교에는 '밥은 먹었어?', '잘 지내지?' 등의 일상적인 메시지부터 '맛있는 거 먹으러 안 갈래요?' 등 공모를 통해 선별된 시민들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지난해 11월 두 번째 '생명의 다리'가 조성된 한강대교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가수 이효리, 배우 하정우, 체조선수 손연재 등 사회 명사 44명이 재능 기부한 그림과 메시지가 새겨졌다.

'누군가 네 곁에 있어. 오늘도 힘내요!'(모델 강승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 혼자서도 잘 살고 있으니 그대도 파이팅!'(배우 김광규), '우리, 맘잡고 다시 해 보아요. 행운은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서울시장 박원순) 등 한강대교에 적힌 메시지는 다양하다. 다리에는 국내 8개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 80여명이 만든 희망조형물도 설치돼 있다.

두 다리는 저녁이 되면 말을 건네는 기분이 들도록 보행자의 걸음에 따라 불이 들어오게 설계됐다. 또 다리 곳곳에 '생명의 전화'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생명의 다리'로 재탄생한 마포대교와 한강대교를 건너면서 기자는 이 프로젝트가 과연 자살을 예방하는 진짜 '생명의 다리'일까,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다.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 관계자와 자살예방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떠할까.


◇'생명의 다리', 감성 메시지로 마음 되돌린다

먼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를 추진한 서울시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하현석 서울시 한강교량팀장은 "사람의 마음에 호소하고 감성을 자극해 사람의 마음을 되돌려 자살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자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제일기획이 기획하고 삼성생명이 후원했다. 그리고 그 기획안을 서울시가 동의해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 팀장은 "한강대교는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를 살리는 동시에 생명 존중의 정신을 일깨우는, 문화와 생명이 함께하는 걷고 싶은 다리를 표방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사회 명사의 글을 담았다"고 말했다.

다리에 적힌 메시지를 통해 삶에 절망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랜다는 '생명의 다리'. '생명의 다리'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하상훈 원장의 얘기도 이와 비슷하다.

하상훈 원장은 "'생명의 다리'가 아무데서도 따뜻한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생명의 다리' 조성 1년, 투신 사고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지난 2012년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변신하고 1년간 오히려 투신 사고가 4배 이상 급증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생명의 다리 딜레마'란 얘기도 나왔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 대표는 "(자살) 고위험군자들은 그곳에 가서 글귀를 봄으로 인해 마음이 바뀌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오히려 (다리가) 더 알려지게 돼 사람들이 더 많이 찾게 되면서 투신율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사회 명사 44명의 문구가 새겨진 한강대교에 대해 "실패도 안 해보고 승승장구하는 사회 저명인사가 '힘내라, 뭐해라'하는 것은 와 닿지 않는다"며 "심리 상담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메시지를 신중하게 선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의견 청취·물리적 방지벽 설치 등도 방법

주찬식 서울시의회 의원은 '생명의 다리'처럼 감성을 자극해 자살을 예방하는 방식과 달리 물리적인 방식을 제안해왔다.

주 의원은 "예전부터 투신 방지벽을 만들라고 (서울시에) 제안해 왔다"며 "외국의 사례를 보니 (투신 방지벽을) 촘촘하게 만들면 그 사이로 조망권도 확보되고 다리의 안정성도 저해받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장소에서 계속 자살이 일어난다면 서울시가 그 장소를 관리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노력을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안용민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는 "여러 회사,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전문가의 자문, 주변의 의견들을 많이 수렴해서 집행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고 조언했다.


◇'생명의 다리', 진정한 '생명 살리는 다리'로 거듭나려면

우리나라는 10년째 OECD(경제협력기구) 가입국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은 물론이고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획력과 예산 그리고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절차 등이 요구된다.

'생명의 다리'가 진정한 '생명을 살리는 다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의 신중한 계획과 관심, 깊은 고민이 담긴 진짜 '생명의 다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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