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삼성家 이맹희 '편지', 발목잡은 자서전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4.01.15 12:31

[뉴스&팩트]결심공판 편지·1993년 쓴 자서전 '상반된 내용'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사진 왼쪽)과 3남인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
'62세의 이맹희'와 '83세의 이맹희'의 진술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

삼성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83세)이 지난 14일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벌이고 있는 상속분쟁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 형식으로 공개한 '편지'가 자신이 1993년에 쓴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 이맹희 회상록'과 상당부분 엇갈리고 있다.

이번 상속재산 소송의 핵심 쟁점은 이건희 회장이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권을 승계했느냐와 이와 관련된 유언이 있었느냐의 여부다. 유언을 통해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고, 가족 간 재산의 분배가 끝났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핵심을 의식한 듯 이 전 회장은 이 '편지'에서 동생인 이건희 회장과 진정성 있는 화해를 하고 싶다면서도, 동생인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언이 없는 상황에서 가족들의 동의 없이 자신에게는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후 삼성 총수의 자리를 독차지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1년전 '이맹희 회상록'에서 이와는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어 이번 편지가 재판 마지막 '동정심'에 호소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21년 전 자서전과 지난 14일의 편지를 비교해봤다.

1993년 6월 이맹희 전 제일
비료 회장이 직접 쓴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 李孟熙 回想錄'
표지
◇유언이 없었다? 21년 새 바뀐 진술=이맹희 전 회장은 이번 편지에서 "아버지는 철두철미한 분이셨고, 삼성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조직이 있음에도 아버지는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의장인 소군(소병해 당시 비서실장)과 가족들로 구성된 승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었을 뿐입니다.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통해 삼성이라는 조직을 끌어나가기 보다는 가족 간의 우애와 건설적인 견제를 통하여 화목하게 공생하며 살라는 의도였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유언이 없었다는 이번 편지의 주장과 달리 21년전 자서전에는 다르게 언급하고 있다.

"신현확 총리는 우리 집안과 가깝다. 그 분에 대한 믿음은 그분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유언을 구두로 남길 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유일하게 집안 식구가 아니었다는 걸로 증명이 되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나는 수차례 그 분을 찾아뵌 적이 있다.(자서전 270페이지)"

"아버지는 바깥에서 이야기하는 식의 유서를 만든 적은 없다. 아버지의 유언은 모두 구두였고 우리 식구 이외에 그걸 증명할 사람은 신현확씨 그 분이 유일한 분이다.(자서전 283페이지)"

신현확 당시 삼성물산 회장은 선대 회장이 타계한 1987년 11월 19일 삼성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이건희 회장의 승계는 고인의 뜻일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유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며 이 회장을 그룹 회장에 추대한 인물이다.


◇재산분배, 경영권 승계는 없었다?=이 전 회장은 이번 편지에서 "아버지 돌아가신 직후 건희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있어 달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스스로 떠난 것이 아니며 경영권을 물러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워줬다는 설명이다.

이 전 회장은 그러나 21년전 자서전에는 이 또한 다르게 기술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외국으로 떠났다. 내가 길을 떠난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동생 건희가 총수가 된 마당에 그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떠돌이 생활이 아버지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길은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나는 내 자취를 숨기고 싶었다."(자서전 338페이지)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분도 편지와 자서전은 엇갈린다.

"아버지가 삼성의 차기 경영자로 건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처음 발표한 것은 1976년 9월 중순경이었다. 이 때 아버지는 암수술을 위해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직전이었다. 암 수술차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 밤 가족회의에서 후계구도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앞으로 삼성은 건희가 이끌어가도록 하겠다'

건희는 해외출장 중이었고, 어머니와 누이들, 그리고 아내까지 있던 자리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의 충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자서전 284페이지)"

첫번째 구두 유언 이후 또한번의 구두 유언 내용에 대해 이 전 회장은 다음 페이지에서 재산 분배까지를 포함해 이렇게 이어간다.

"운명 전 아버지는 인희 누나(현 한솔그룹 고문), 누이동생 명희(현 신세계 그룹 회장), 동생 건희, 그리고 내 아들 재현이(현 CJ 회장) 등 다섯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었다.

이 자리에서는 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준다는 내용 이외에도 삼성의 주식을 형제들간에 나누는 방식에 대한 아버지의 지시도 있었다.

어쨌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다시 유언을 한 것은 1976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삼성의 차기 대권을 건희에게 물려준다고 밝혔던 내용의 추인에 불과했다.(자서전 285페이지)"

'62세의 이맹희'와 '83세의 이맹희'의 진술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와 재판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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