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정하고 밥상을 차린 것은 지난 대선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끝내 영웅은 탄생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일순간 말을 잃었지요. 뭐라고 말을 건네야겠으나 마땅한 말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에서 거의 가장 많은 정치적 발언을 한 사람이 바로 저였는데요. 제 입을 바라보며 희망을 걸었던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지요. 아팠습니다. 그렇다고 주저앉고 말 것인가, 그럴 순 없었지요.
우선 제 삶의 중심부터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일상의 궤도를 점검하여 바로 잡는 일 아니겠습니까. ‘저녁밥상’을 차렸지요. 제 일상의 민낯을 세상에 그대로 내보였던 건데요. 이유는 간명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지요.
저녁밥상을 차리면서 일상은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고 평온해졌습니다. 일상이 회복되었다는 것만큼 확실한 치유의 징표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제 시와 밥상을 통해 위안 받았다면 아마 그것은 일상의 건재함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입니다.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고요. 어쨌든 한 시인이 늘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어김없이 시와 밥상을 차려 내놓는 것을 보며 안도하고 위안을 얻으셨다면 제 선의는 제대로 전달된 것입니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지요.
사실 밥상머리담론은 당황스런 시대를 우회하는 제 나름의 방편, 또는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여전히 정치적인 발언만 일삼았다면 지금처럼 건재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번으로 머니투데이 <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이 100회째 됩니다. 이 꼭지는 여기서 접겠습니다. 봄이 시작될 쯤에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와 성원 고맙습니다. 새해엔 혼자 먹는 밥상이 아니라 함께 둘러앉아 먹는 두레밥상, 최소한 겸상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밥상이 안녕하면 일상이 안녕한 겁니다. 나, 그리고 당신 우리 모두가 안녕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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