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해진 환율, 그리고 금리인하 논란

머니투데이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 2014.01.08 09:26

[머니디렉터]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최근 증시에서는 환율과 관련된 이슈들이 많이 부각됐다.

가장 먼저 엔화 약세.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105엔 선에 도달하면서 니케이225 지수는 1만60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 엔/달러 환율이 105엔을 하회하면서 일본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해 3%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5월 하루에만 7.3% 하락했던 것에 비해서는 적은 것이지만 일본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부진하게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 엔화 가치는 연초부터 약세가 이어져 한 해 동안 23% 가량 절하됐다. 이런 엔화 약세를 호재로 일본 주식시장은 50%가 넘게 상승했다. 자국 통화가치가 이렇게 하락하는 동안 주가가 이렇게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060원인데 1300원을 넘어간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3000포인트를 넘는 그림이 그려지는가?

일본 주식시장 강세론자들은 엔/달러 환율이 120엔까지 갈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2년에 걸쳐 무려 55%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이 엔화 약세 때문에 살아나고 그래서 주가는 오르지만, 수출이 잘돼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엔화는 계속 약세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극심한 자국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했던 신흥국가들의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에서 벗어나는데 오랜 시일이 걸렸다. 일본은 무엇이 달랐을까?

주식시장에서만 지난해 늘어난 시가총액은 500조엔이 넘는다. 그리고 엔화가 23% 절하됐다는 것은 그동안 해외에 투자해 놓았던 것을 국내로 송금할 경우 환차익 20%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해외에 달러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것을 엔화로 바꿈으로써 이익 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늘어난 이익(주식의 평가이익과 외화 환산이익)으로 소비를 하고, 투자를 하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그림이다.

극심한 엔고를 겪었던 일본이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그렇다면 일본이기 때문에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이런 그림이 이어질 수 있을까?

우산 엔고가 지난해 이미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공격적인 예측대로 엔이 120엔을 간다고 해도 엔화 가격이 하락하는 폭은 23%에서 14% 정도로 떨어진다. 엔화가 105엔을 넘어 더 약세로 가면 갈수록 해외에 나가있는 자금은 이익실현을 위해 일본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다.

그래도 엔화 약세에 대한 믿음은 강한 듯하다. 그 이유는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릴 것이라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국채매수 규모는 100조엔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90조엔의 국채매수 대금은 다시 일본은행으로 회수됐다.

일본은행이 자산매입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올해 화끈하게 한 해 동안 100조엔의 자산매입을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당좌예금으로 회수되면 10조엔 정도의 화폐발행이 증가한다. 1년동안 10% 정도 화폐발행액이 늘어나는 것으로 놀라울 것도 없다. 그래도 엔화는 여기서 14%나 더 절하된단다.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원/달러 환율이다. 시장이 불안해도 원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다시 주식시장이 안정을 회복하니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버린다. 한국도 드디어 일본을 따라가기 시작하나 보다 하고 좋아할 일인가?

원화 강세 배경으로 GDP의 6%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와 사상 최대치를 넘는 경상수지 추이를 말하곤 한다. 글쎄 얼핏 수긍이 가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몇% 인가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생소하다. GDP의 6%가 아니라 60%의 흑자를 내도 자본유출이 발생하면 원화 강세는 나올 수 없다.

2013년은 전년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180억달러 정도 늘어났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금융계정에서 자본 유출은 220억달러가 발생했다. 대부분 외화를 해외에 빌려준 것이다.

외화 대출의 대부분은 단기대출로 구성돼있다. 그 내부 사정은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원화는 강세로 가기 어렵고,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라고 생각해서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법의 결과 해외 단기대출을 늘린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했다. 원화 약세를 예상한 포지션은 쌓여 있다. 이런 포지션이 당장 청산되지 않는다 해도 만기가 됐을 때 다시 대출이 나갈까?

보통 3개월 내지는 6개월 만기가 많다. 원화는 9월부터 강세여서 환율이 1100원을 하회했다. 그 3개월이 지난 다음인 12월 말과 다시 3월말 이 시점이 환율이 흔들리는 시점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달러매도 물량이 나와 원화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외화예금이다. 수출기업들이 원화 약세라고 하니깐 환전하지 않고 외화예금으로 보유한다. 사상 최고수준을 넘어 11월 말 480억달러가 넘어섰다. 이 역시 언제든지 외환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스스로 약하다고 믿었던 원화에 대한 생각이 변한 데 따른 효과가 크다. 최근 환율에 대한 우려는 자기 그림자에 놀라서 도망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다시 원화가 약세로 가서 예상한 방향으로 가줘야 편안하겠지만 다시 그림자는 빛이 있는 곳에서는 생겨나고, 그리고 빨리 도망갈수록 빠르게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되는 원화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까?

지금 원화 강세가 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요인이 아니어서 한국은행이 환율에 대한 경계론을 펼 수는 있겠지만 금리인하라는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하는 정책이라 필자 생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필자 생각은 이것은 정책 실기라고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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