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는 “‘광해군일기’의 UFO 기록은 한 사람만 독점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며, 어떻게 이 소재를 드라마로 발전시켰는지 상세히 설명했고, < 설희 >를 본적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강경옥 작가는 < 별그대 >가 < 설희 >를 표절했다는 근거로 “역사적 사건 인용, 불로, 외계인(외계인 치료), 피(타액)로 인한 변화, 환생, 같은 얼굴의 전생의 인연 찾기, 전생의 인연이 같은 직업인 연예인, 톱스타 등 8개 이상의 클리셰들이 한군데 몰려 있다”며 설정과 캐릭터가 유사한 것을 표절의 근거로 법정 대응 의사를 전달했다. 강경옥 작가가 언급한 것 이외에도 돈을 밝히는 어머니, 설희의 정체를 아는 변호사 등도 유사한 점이 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표절에 대한 기준은 있다. “법률적으로 표절은 저작권 침해란 말로 쓰이며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증거가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김용욱 감정포렌식팀장은 설명한다. 다시 말해 주제나 플롯, 캐릭터의 전형적인 설정 등 아이디어 차원의 장치로는 표절로 인정받을 수 없고, 표현이 유사해야 한다. 가령 과거 만화 < 바람의 나라 >의 저자 김진이 MBC < 태왕사신기 >에 대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들의 저작물은 고구려라는 역사적 배경, 신화적 소재, 영토 확장이나 국가적 이상의 추구라는 주제 등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요소를 공통”으로 하지만 “등장인물이나 주변인물과의 관계설정, 사건전개 등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결이 났었다. 영화 < 클래식 >의 제작사에서 낸 저작권 침해로 인한 KBS < 사랑비 >의 방영 금지 가처분 사건도 동일한 사유로 기각됐다. 법원은 기각의 이유에 대해 “설정이나 소재를 특정인에게 독점권으로 부여하면 장래에 다른 창작자가 창작할 기회를 박탈하게 되므로, 소재는 만인의 공유에 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구약성경 전도서 1장 9절에 나오는 이 말은 종종 100퍼센트 새로울 수 없는 창작물을 위한 가장 좋은 알리바이가 되어왔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기에 과연 내 것이 온전히 새로운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김용화 감독은 영화 < 미녀는 괴로워 > 제작 당시, 설정이 유사한 일본 만화 < 미녀는 괴로워 >와의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작품 판권을 구입한 바 있다. 이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닐지라도, 더는 표절이 자신의 떳떳함만으로 증명될 수 없는 시대를 사는 한 방법인 건 분명해 보인다. 강경옥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같은 소재에 대한 작품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남겼다. 어쩌면 박지은 작가에게 필요했던 건 < 설희 >를 보지 않은 떳떳함이 아니라, 작품에 들어가기 전 비슷한 소재의 < 설희 > 같은 작품을 확인해보는 치밀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 아래 그래도 조금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이토록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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