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엔더스게임'은 SF 소설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하고, 28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소설 '엔더의 게임'을 영화화했다.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계 종족 '포믹'의 공격에서 겨우 살아남은 인류는 외계의 2차 침공을 막기 위해 우주함대를 결성한다. 또 뛰어난 지능과 천재적 전략을 지닌 12살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 분)를 우주함대를 이끌 영웅으로 선택한다. 우주 함대 훈련을 담당하는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 분) 통제 하에 혹독한 시뮬레이션 전투훈련을 거듭한 끝에 엔더는 우주함대 최고의 지휘관으로 성장한다.
현대전에서도 이 영화 속의 설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전쟁에 나간다'는 얘기는 드론의 등장으로 그 양상이 급변했다.
집게팔 대신 총기로 무장한 공격로봇 소드(SWORDS)는 적의 총을 맞으면 쓰러지는 대신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응사한다. 소형 정찰로봇 마크봇(MARCBOT)을 비롯해 2008년까지 22종의 로봇시스템이 이라크에서 활약했다.
공중전은 프레데터(Predator)가 맡았다. 이는 24시간 상공에 머무르며 적진을 관찰·조준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로 당초 정찰·감시용이었으나 9·11테러 이후 무장이 허용됐다. 프레데터는 2005년 6월부터 1년간 3만3833시간을 비행하며 242회 공습을 시도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피터 싱어는 '하이테크 전쟁, 로봇 혁명과 21세기 전투'란 책을 통해 엔더스게임처럼 '무인(無人)전쟁'의 시대를 맞아 달라진 군 전투 양상을 낱낱이 기록해 놓았다.
피터 싱어는 미군 최초의 프레데터 대대를 맡은 파브리시우스 대령에 관한 얘기로 '원격조종비행단'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한다.
파브리시우스 대령은 네바다 기지를 벗어나지 않고서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가리지 않고 수천 건의 중요 임무를 수행했다. 공중전 임무의 일환으로 스팅어미사일로 무장한 드론은 이라크 전투기들을 기습 요격했으며, 팔루자 전투 때에도 그의 드론 부대가 적 표적을 파괴했다. 또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는 데도 일조했다.
많은 군인들의 전투 장소가 야전에서 실내공간으로 바뀌었으며, 총 대신 무인기를 조종하는 워크스테이션을 다룬다. 군인들에게 전투란 자가용으로 가까운 군부대로 출근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마우스로 드래그하는 일이 된 것이다.
드론은 전쟁 지역의 비행기지에서 날아오르지만, 조종사는 네바다 주에 있는 트레일러 복합단지 내의 통제소에 앉아 있다. 전장에서 1만2000㎞ 떨어진 미국 네바다주에서 비디오게임기 같은 조종기로 무인항공기를 조종한다. 이곳 위성탄테나를 통해 무인항공기와의 정보 전달 및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피터 싱어는 "역사상 최초로 군인들이 경험하는 지리적 한계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또 로봇 전투로 접어들면서 군인의 신체적 능력이 덜 중요해졌다. 대신 병사들은 더 어려지고 비행기 조종술 대신 게임 경력이 더 요구되고 있다.
아프간 야간공습비행을 마친 뒤 젊은 조종사들은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TV드라마를 함께 본다. 그들은 살상에 무감각해졌으며, 점점 '비인간화' 됐다. 이런 모습이 미래 외계인과 인류의 전투를 소재로 한 엔더스게임에 그대로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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