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 자문하는 변호사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 2013.12.31 06:28

로스쿨 1기 박진희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박진희 동서파트너스 변호사
"인터넷 게시판에서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봤습니다. 아마추어 만화가가 법률 웹툰을 그리는 데 법률 자문을 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죠. 이제 막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자신은 없었지만 아마추어 작품이라 생각해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제는 포털에도 정식으로 연재되는 작품이 되서 뿌듯한 마음도 듭니다."

박진희 동서파트너스 변호사(30, 변호사시험 1회)는 네이버에 연재되는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와 인연을 이렇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토목건축학을 전공한 박 변호사는 지적재산권 분야에 관심을 갖고 로스쿨에 진학하게 됐고 동서파트너스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검사 출신 변호사가 벌이는 좌충우돌 법정기를 다루며 지금까지 나온 소재도 청소년 보호법, 국선변호인, 모자보건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있다. 재판도 일반 민사재판 뿐 아니라 헌법소원까지 다루고 있다.

박 변호사는 "사실 실제 업무에서 접하지 않는 법률을 살펴볼 때가 많다"며 "헌법재판의 경우에는 교과서를 다시 보며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은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게임이용 금지를 규정한 청소년 보호법, 이른바 셧다운제로 국제대회에서 경기중 기권을 선언해 논란이 됐던 청소년의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실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이뤄진 상태다.

평소에도 웹툰을 즐겨 봤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동네변호사 조들호와의 인연으로 웹툰 작가들의 모임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며 "만화를 즐겨본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들이 보아온 깊이가 달라 주눅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업무가 바쁠텐데 자문을 계속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한 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두시간 정도"라며 "업무에 크게 부담이 되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자문을 하는 영역은 사소한 용어의 정리부터 시작해 작가가 구상한 작품의 핵심인 법정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부분인지를 가려주는 것까지 다양하다.

박 변호사는 "초기에는 민사 재판에서 '피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피고'라고 지적해 주거나 법정을 그릴 때 피고와 원고의 위치를 알려주는 일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잘못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법적 다툼이 없는 사안을 주제로 꼽으면 사건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가 가장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박 변호사는 "법학 전공이 아닌 공대 출신으로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니 일반 법대-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낯선 법률용어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접근하는 것이 로스쿨 변호사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이라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변호사들이 배출돼 법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을 함께 합격한 동기들과 처음에는 자주 모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라며 "모두 업무가 바빠진 것을 보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박 변호사는 "작품이 연재된 후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에게도 내가 맞는지 확인을 하려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람들이 법률을 친숙하게 대할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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