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13동 산업통상자원부 건물 앞. 이삿짐을 실은 트럭들이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사무실로 옮겨졌다. 책상이며 가구, 캐비넷 등 온갖 사무용품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인을 찾아갔다. 13일부터 과천에서 세종시로 이전 작업을 펼치고 있는 산업부는 2주동안 거의 매일 이런 소음에 휩싸였다.
몇몇 사무실에선 이전 작업을 마친 부서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옆 사무실로 온갖 물품들이 들어오면서 굉음(?)을 냈지만 익숙한단 표정으로 문서 작성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빈 자리가 많았다. 장관과 차관실, 9개의 실장실은 이날까지 이전을 마칠 예정이라 텅 비어있고 국장실도 비어있긴 마찬가지. 이유는 비슷했다. 국회 일정과 각종 회의 일정 등으로 1급을 비롯해 실국장, 과장들까지 거의 모두 서울에 있다는 것.
그나마 세종시에 거주지를 구한 공무원들은 몸이라도 편한데,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공무원들은 매일 5~6시간을 길바닥에 버리고 있다. 산업부 한 공무원은 "세종청사 사무실엔 사무관 이하 공무원만 있다"며 "아직 어수선한 분위기인데, 작년에 이곳에 온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시간이 지나면 좀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산업부와 함께 2차 이전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들 부처는 23일부터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산업부와 대동소이하다. 주인이 없는 빈 사무실도 많고, 사무실 곳곳에선 인테리어 등 손볼 곳이 많았다. 청사안팎에선 아직도 각종 보수 작업이 진행돼 소음도 만만찮다.
2차로 이전한 한 부처 고위 공무원은 이같은 상황을 빗대 "요즘 세종 관가에선 '안행스럽다'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행스럽다란 말은 대책없이 같은 공무원들을 세종시로 내려보낸 안전행정부(안행부) 공무원들을 꼬집어 빗댄 말로 "대책없이 행동한다"란 뜻이다. 이 공무원은 "세종시로 내려갈 걱정없는 안행부 공무원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을 모르고 대책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며 "좀 더 여유를 갖고 겨울을 보낸 후 따뜻한 봄에 내려와도 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 사무관은 공무원도 역시 어쩔 수 없는 'SSKK 직장인'이란 조어를 내뱉었다. SSKK란 시키면 시키는대로, 까라면 까라는대로 한다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그는 "공무원이 철밥통이고, 고생을 안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현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며 "공무원도 똑같은 직장인이다. 어느날 갑자기 편의시설 하나 없는 없는 지방으로 발령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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