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제는 제 자신을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제 손주들이 저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번 음반을 녹음하게 됐습니다. 지휘자로서 프로페셔널이라면, 피아노는 아마추어죠. 허허"
정 감독은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마에스트로 정명훈 피아노 첫 음반 발매 기자 간담회'를 열고 "어떤 면으로 음악가는 일평생 마음속에 아마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며 입을 열었다.
다섯 살에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미국 뉴욕 매네스 음대와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했고,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올라 한국인으로는 최초의 입상을 기록했다. 당시 김포공항에서 시청 앞까지 오픈카를 타고 태극기를 흔들며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지휘자로 나설 때 조금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음악가는 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제일 좋은 것은 성악이죠. 그렇지 않으면 악기를 통해 소리를 내야하는데, 지휘자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어떻게 음악가라고 할 수 있을까 속으로 제 자신과 싸워야했죠. 하지만 훌륭한 작곡가들이 굉장한 오케스트라 곡을 내 놓았기 때문에 지휘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휘봉을 잡은 세월은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피아노는 여전히 정 감독이 제일 사랑하는 악기며 가장 친한 친구다.
이번 앨범은 독일 음반사 ECM의 프로듀서인 둘째 아들 정선씨의 제안으로 지난 7월 이탈리아 베니스의 라 페니체홀에서 녹음했고, ECM이 24일 발매했다.
'정명훈, 피아노'라는 제목의 이 앨범에는 정 감독과 인연이 깊은 곡들이 수록됐다. '달'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둘째손녀 루아(1·Lua)에게 선물하는 드뷔시의 '달빛',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차이코프스키 '사계' 가운데 '가을노래', 큰 아들 정민의 결혼식에서 직접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즉흥곡 G플랫 장조', 누나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위해 연주한 쇼팽의 '녹턴 C샤프 단조' 등이 담겼다. 세계적인 거장의 가족 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