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시험지 유출이 처음 적발된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영외고에서 유출 의혹이 터지자, ETS는 본사 조사단을 학교에 급파해 테스트 센터 지정을 취소했다.
해외에서 유출된 시험지가 '기출문제'로 둔갑해 강남 학원가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2007년 1월 시험이 2005년 12월 시험과 똑같이 출제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강남의 한 학원이 유출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주관사인 ETS는 당시 이 시험을 본 한국 학생 900명의 성적을 전부 무효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SAT 성적이 무효 처리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009년 5월에는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 2명이 시험지를 훔쳐 달아났다가 뒤늦게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들을 체포했으나 시험지를 갖고 있던 13시간 동안 이미 미국 등 해외로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차(時差)를 이용한 시험지 빼돌리기 수법도 등장했다. 2010년 1월에는 시차를 이용해 태국에서 빼낸 시험지와 답안을 학생들에게 넘긴 학원 강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같은 달에는 학원 강사 등 4명이 미리 짜고 조직적으로 시험지의 특정 페이지를 뜯어낸 뒤 하나의 시험지로 만들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잠시 뜸하던 시험지 유출은 검찰이 올 초 강남 어학원 6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검찰은 이들 어학원이 SAT 시험지를 테스트 센터에서 외부로 빼돌리는 수법 등으로 문제를 유출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ETS는 문제 유출 여파가 커지자 5월 SAT 한국 시험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돌연 취소했다.
급기야 ETS는 한국의 SAT 시험횟수를 1년에 6회에서 4회로 축소시켰다. 공동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7월 기존에 한국에서 1·5·6·10·11·12월 등 6번 동시에 치렀던 SAT1과 SAT2를 앞으로는 SAT는 10·12·5·6월 등 4번, SAT 과목 시험은 11월과 6월 두 차례만 치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SAT를 둘러싼 각종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관사는 테스트 센터 취소, 전 세계 최초 성적 무효 처리 및 시험 취소, 시험 횟수 축소 등의 후속조치를 내놨지만, 미봉책인 탓에 시험지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는데 한계를 보였다.
불과 두 달 전인 10월에 치러진 시험이 3월 시험과 똑같이 출제돼, 학원에서 유출된 시험지를 접한 학생들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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