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는 현재 미국에서 매년 7회, 그 외 나라에선 평균 6차례씩 치러진다. 전 세계 180여개 국에서 같은 날짜에 시험이 실시되다 보니, 시험의 관리·감독은 ETS가 지정한 테스트 센터가 책임지는 형편이다.
한국 내 테스트 센터는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전국에 모두 13곳으로 미국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많은 외국인학교가 주로 지정됐다. 시험 당일에는 해당 학교의 교사나 교직원 등이 감독관으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테스트 센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2006년에는 한영외고에서 문제 유출 의혹이 일자, ETS가 테스트 센터 자격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10월 치러진 SAT가 3월 시험과 100% 똑같이 출제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속출했다.
강남의 한 학원 관계자는 "SAT 시험지가 미리 학교에 도착해 보관되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 테스트 센터 매수설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특히 ETS가 여분으로 보내는 '엑스트라(extra)' 시험지를 두고 유출설이 무성해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 마다 ETS는 '땜질식 사후 처방'을 반복해 왔다. 2007년 1월에는 한국에서 시험을 본 응시생 900명의 시험 결과를 취소한 데 이어 올 초에 터진 유출 사건 이후에는 한국의 응시 횟수를 1년에 6회에서 4회로 축소시켰다.
물론 시험보기 전에 진행되는 신원확인 절차를 위조하기 쉬운 학생증에서 여권으로 바꿨다거나 30세 이상의 응시자는 특별 감독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엔 역부족이다.
교육당국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문제 유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 동안 문제가 터질 때마다 ETS에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며 "제보에 의존해 학원을 단속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답답해 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SAT 유출이 연례행사처럼 돼버린 것은 ETS의 미지근한 대응 탓이 크다"며 "잇따른 시험지 유출이 도마에 오를 경우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ACT(American College Test)에 밀린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톰 유잉 ETS 대변인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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